우리 정부가 24일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한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 의견서'에는 일본 정부가 수출 제한 조치 이유로 제시한 주장에 대해 반박 논리를 구체적으로 담았다. 우리나라 수출통제 제도가 미흡하고 양국 간 신뢰관계 훼손됐다는 일본이 수출을 제한한 것은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한 의견서는 총 20페이지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를 향한 수출 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크게 2가지 주장을 하고 있다.
우선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 전략물자 제도를 문제 삼는다. 최근에는 “한국은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가 불충분하다”고 구체적으로 주장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22일 국내 언론 특파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한국의 수출관리 제도는 품목별로 관리주체가 나뉘어 기준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수출 통제 업무가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위사업청 등 품목별로 소관 부처가 세분화돼 있는 것을 '문제'라고 지적한 셈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의견서에서 일본 정부가 우리 전략물제 통제제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리나라 전략물자 통제는 △수출 전 자가판정 △전략물자관리원 전문판정에 의한 예방적 통제 △산업부·방위사업청 등에 의한 수출허가통제 △경찰청·관세청에 의한 사후단속 등 전문화된 분업체계로 촘촘히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재래식 무기 캐치올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했는데 이를 이유로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24일 열린 브리핑에서 “일본은 한국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가 불충분하다고 하지만 이는 한국 수출통제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는 “양국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된 가운데 한국 수출통제제도의 적절한 운용 확인이 곤란하다”고 주장을 이어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일본 간 정책 대화가 끊어져 우리나라 수출제도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없었다는 의미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최근 국장급 수출통제협의회가 개최되지 않은 것은 양국 간 일정조율 문제”라며 “국장급 협의회, 콘퍼런스, 국제수출통제체제 등 다양한 계기에 수출통제제도 관련 정보를 교류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양국 간 협의회는 한국이 일본 화이트 국가에 포함된 후 4년이 지난 후 시작됐다”며 “양국 간 협의회 개최 여부와 화이트 국가 제외를 연결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일본 정부가 스스로 중요시 해온 자유무역을 위배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향한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번 달에 발간한 '2019년 통상백서'에서 “WTO 규범에 의거한 다자무역체제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확대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갑자기 제외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일본 정부는 지난달 열린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정신을 강조하며 자유화, 예측가능성, 투명성 원칙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원칙을 뒤엎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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