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구리점 지하주차장 일부 공간을 판매시설로 변경한다. 상생규제로 신규 출점이나 증축이 사실상 제한된 상황에서 백화점이 매출 성장을 꾀하기 위해 내놓은 자구책이다. 특히 주차시설을 판매 용도로 변경한 업계 첫 시도인 만큼 이목이 쏠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구리점 지하 2층 주차장 1890㎡(571평) 공간을 판매시설로 활용하기 위한 용도변경에 나섰다. 지난달부터 소방안전시설 보완과 교통영향평가 등을 거쳐 지난 19일 건축물 용도변경 허가를 취득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리모델링 공사에 돌입해 오는 10월말 이후 완료할 예정”이라며 “입점 희망 브랜드와 접촉하는 단계로 MD를 어떻게 꾸릴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차장은 주차장법으로 관리하는 비판매시설로 해당용도 외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고객 편의와도 직결돼 주차 공간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롯데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주차장을 줄여 판매시설을 확충하기로 결정했다.
신규 출점이나 증축은 현행법상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야하고 절차가 까다롭다. 반면 기존 공간을 활용하면 비용 절감뿐 아니라 즉각적인 매출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백화점 측은 “롯데 구리점은 중앙선 구리역과 연결돼 있어 상대적으로 대중교통 방문 고객이 많고 지하 5층까지 주차장인 만큼 우려하는 주차난은 없을 것”이라며 “다소 열세인 패션MD 관련 상품군을 보강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영업면적이 늘면 그만큼 매출도 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차 공간을 헐고 매장을 들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면서 “하나의 카테고리를 새롭게 들일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는 성장 절벽에 직면한 백화점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지난해 백화점 전체 매출 신장률은 1.3%에 그쳤다. 2016년 3.3%, 2017년 1.4%로 성장세가 꾸준히 둔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상황은 더 어둡다. 올 1분기 백화점 3사의 매출은 총 1조624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6% 감소했다. 10년 전만 해도 10%대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이 현재 3%대로 쪼그라들었다.
백화점들은 부진점은 폐점하고 기존점은 리뉴얼하는 등 새로운 활로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이달 내 신관 1~2층 패션·잡화 매장을 철수하고 그 자리에 리빙 편집숍을 들이는 등 점포 내 교통정리에 나섰고, 현대백화점은 내달부터 압구정본점 등 4개 점포에서 리뉴얼 공사에 돌입한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도 하반기부터 단계적 리뉴얼에 들어간다. 신세계는 백화점 판매시설 보완·확장을 위해 올해에만 913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패션 등 고마진 상품군의 비중이 줄고 명품 리빙 등 저마진 카테고리 의존도가 늘면서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다”면서 “최대한 투자비용을 줄이는 범위 내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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