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은 작년 문재인 대통령의 '12·13 선언'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2·13 선언은 2022년까지 중소기업 3만개에 스마트공장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보급 목표인 2만개에서 3만개로 상향 조정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초 중소기업 제조현장의 스마트화를 위한 기관으로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을 신설했다. 추진단은 제조혁신 연구개발(R&D)·표준화 등을 종합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중기부는 스마트공장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 단위 제조 데이터 수집·분석이 가능한 빅데이터 플랫폼과 센터를 구축한다. 또 노동자 친화형 스마트공장도 시범 도입한다. 지자체 연계 스마트공장 사업을 강화하고 범부처 차원의 조직체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기업 규모나 고도화 수준에 따라 디지털화·지능화·융복합화에 이르는 단계별 지원을 강화하겠다”면서 “중소기업도 대기업처럼 미래 수요를 예측하고 불량원인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대·중소 협력체계를 통한 보급에도 박차를 가한다. 내년부터 본격적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시행되고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의 제조역량 강화가 시급해졌다.
◇공장혁신에서 경영혁신으로=중소기업의 제조혁신은 공장혁신에 그치지 않는다. 원가혁신과 품질혁신까지 이어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중소 제조기업에 스마트공장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세계 경기둔화로 시장 및 수요 확대가 어려운 가운데 지속적 품질혁신에 대한 요구는 기업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단순 대량생산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졌고 제조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 반영한 품질혁신 필요성이 제기된다.
중기부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중소기업은 생산성 30% 증가, 불량률 43.5% 감소했다. 매출액은 평균 7.7% 향상, 산업재해 18.3% 감소했다. 생산성과 매출이 늘면서 인재를 추가로 고용하는 기업도 늘어나 평균 3명의 직원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기업과 도입하지 않은 기업 간 차이는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양 사례를 비교 분석한 결과 스마트공장 도입 기업이 매출액·수출액·고용에서 성과가 더 높았다. 이러한 성과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됐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스마트공장은 중소기업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현재 중소기업 제조환경은 산업화되고 처음으로 경영자(CEO)와 주요기술 등이 바뀌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스마트공장이 당장 수요를 늘리거나 매출을 향상시키는 어렵지만 스마트공장을 도입하지 않은 기업에 비해 중장기적으로 격차가 벌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 본부장은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타사가 납기와 불량이 줄어들면, 제한된 수요를 두고 경쟁사 입장에선 반드시 도입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생산성 여유가 생기면 경영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고 업계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마트공장은 소규모 기업일수록 공정개선과 경영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제조업의 미래, 대·중소 '상생과 공존'=정부는 중소기업 제조강국을 목표로 국내 중소기업 절반에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는 계획을 가속화한다. 업계에선 제조기업으로 등록한 기업 중에 실제 생산을 하지 않는 기업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대부분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까지 약 7900개 중소 제조기업에 스마트공장이 도입됐다.
스마트공장 도입 사업은 자동화가 아니다. 공장혁신과 경영혁신이 동시에 추진되기 때문에 단순한 컨설팅만으로는 부족하다. 제조 현장에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이를 다시 제조에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을 기초적으로 갖추는 것도 어려워하는 중소기업이 다수다. 동시에 제조현장을 모르는 정보기술(IT) 솔루션 지식만 갖춘 컨설턴트나 전문가를 중소기업은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상생형 스마트공장 도입 사업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을 통해 협업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콘셉트다.
대표적으로 중기중앙회는 삼성전자, 포스코 등 대기업과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을 진행한다. 삼성전자와 협력을 통해 작년부터 5년간 500억원 지원 및 정부매칭 500억원 총 1000억원 예산 지원으로 2500개사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한다.
기존 정부 지원 사업에서 참여기업 부담을 50%에서 40%로 낮췄다. 현장에서 가장 호응을 얻는 것은 삼성전자 현직 제조전문가로 구성된 200명 규모 멘토단이다. 이들은 제조현장 혁신활동 지원, 판로 지원, 개방 특허 공유, 인력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대기업이 참여한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의 만족도는 높다. 중기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구축기업 86.2%가 '만족'을 표했다. 93.2%는 향후 고도화 사업 참가 의사를 밝히며 의욕적 모습을 보였다. 이들 중소기업이 사업에 만족한 이유를 △작업현장 개선(63.8%) △낮은 기업 부담금(43.6%) △제조현장 혁신활동 멘토링(35.5%) 순으로 들었다.
◇스마트공장, 중소기업 혁신플랫폼 도약 준비=중소기업 스마트공장 도입은 사후관리 미흡 문제 등 여전히 난관이 많은 사업이다.
성공적으로 스마트공장을 도입해도 중소기업 대부분이 아직 데이터 모니터링 수준의 초기 단계임을 고려하면 고도화로 나아갈 길이 멀다.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킨 만큼 국내외 판로확대 및 수출지원 등 연계지원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스마트공장 도입 효과가 높은 업종, 즉 한국이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업종에 우선적으로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산업간 자발적 공유·확산이 빨라지도록 하는 방안이다. 정부 주도에서 탈피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지속 가능한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기업간 협력과 혁신을 가속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협동조합, 대기업, 출연연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김태환 한국스마트제조산업협회장은 “선진국은 대기업이 중심이 돼 스마트공장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단계로 발전했다”면서 “우리나라도 대기업, 중소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과 연계된 R&D 과제 등을 통해 단순 도입에 그치지 않는 비즈니스모델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짜야한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