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한 가운데 지능화시설로 진화 중인 봉화공공하수처리장을 찾았다. 이곳은 한국환경공단 공공하수처리시설 지능화 시스템 구축사업의 첫 번째 장소다.
봉화공공하수처리장이 첫 사업지로 선택된 배경은 범용 기술을 적용한 중간 규모 시설이기 때문이다. 나경주 환경공단 환경기술연구소 부장은 “전국 670여개 하수처리시설 중 500~5000톤 규모가 가장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향후 지능화 시스템 확대 보급을 고려해 중간인 3000톤 규모 봉화공공하수처리장을 첫 번째 사업지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나 부장은 “이 곳은 가장 대표적인 하수처리기술인 SBR공법을 적용했으며 지능화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비교적 복구가 수월한 규모와 지역이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기자가 찾은 현장은 수질·전력·온도센서 등 사물인터넷(IoT) 인프라와 모니터링 시스템 설치가 한창이었다. 40여개 센서 장착이 완료돼 데이터 생산을 시작했다. 데이터를 취합 관리하는 설비를 구축하는 단계였다.
수집·분석·운영 빅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되면 수질데이터 검증과 수질데이터 모델링을 한다. 이후 수질, 설비운전정보와 에너지사용량 분석을 통한 하수처리시설 에너지절감시스템도 구축해 검증할 계획이다. 가동·정지·정비 등 설비운전정보와 설비온도 정보를 활용한 인공지능(AI) 기반 설비고장예측 기능도 이곳에서 실증한다.
보통 공공하수처리장은 유입수질 등 데이터는 하루 1회 확인하는 정도다. 지능화 시스템을 구축한 봉화공공하수처리장은 운영관리 측면에서 유입수질에 대해 1일 1회 분석하던 것을 한 시간에 12개, 하루 256개 값을 뽑아내 향후 데이터를 분석해 수질을 예측하는 데 사용한다.
나 부장은 “하수가 들어올 때 양과 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하루 한 번 체크하는 것으로 수질을 정확히 알 수 없다”라며 “수질이 변하는 요인을 파악하려면 유입수 특성을 잘 분석해야 하고, 이 때문에 지능화 시스템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능화 시스템 도입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수처리 방식을 효율화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경험자 노하우에 의존했다면 앞으로는 지능화 시스템이 고장이나 수질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무경험자도 쉽게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설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면 에너지도 적게 들고, 약품 처리도 적절히 조절해 생산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나 부장은 지능화 시스템을 시급히 설치해야할 하수처리시설로 인근 공장폐수 방류에 따른 유입하수 변동 폭이 큰 곳을 꼽았다. 공장폐수가 연계되는 곳에서 하수 수질이 평균 농도보다 갑자기 높게 나오면 무단방류를 의심하고 바로 점검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봉화군(경북)=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