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가 1000여명에 이른다는 고용노동부 발표가 있었다. 감소 추세를 보이던 산업재해율도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요 원인으로 최근 고령층, 여성 노동자 등 산재취약계층 근로자가 증가했고, 불경기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가 산업안전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킨 것이 꼽힌다. 재해유발 요인 지속 증가가 결국 산업재해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부는 그 동안 산업재해 감축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왔다. 산업현장에서 사망자 수를 2022년까지 현재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기업이 산업재해예방시설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재해예방 기술지도를 확대하고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는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 30년 만에 대폭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과거에도 정부는 다각적 산업안전 관련 규제와 교육활동을 병행했고 이는 실제 산업재해 감축에 기여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2018년 들어 산업재해율이 소폭 증가했다는 사실은 정부의 제도 개선, 규제만으로는 산업재해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기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제도 개선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산업계에 대두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안전기술에도 비약적 발전을 가져왔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대표 기술을 활용한 안전환경 솔루션이 속속 산업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지능형 영상보안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은 산업현장에서 근로자 작업 활동을 모니터링하며 이상상황, 사고발생을 자동 인지해 신속한 조치를 가능하게 한다. LTE, 5G 등 초고속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이동형 CCTV를 고위험 작업장에 설치해 안전사각지대를 없애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또 사고 발생 시 긴급대피를 위해 IoT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화재나 가스유출 등이 발생하면 잔류자 휴대폰 위치를 실시간 파악해 골든타임 내에 구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적용 영역도 산업단지뿐 아니라 초고층빌딩, 사회 인프라 등 대규모 시설에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초고층 빌딩은 건축 설계 단계부터 건축물 운영환경에 적합한 '통합 재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터널에는 구간마다 설치된 지능형 CCTV가 차량 역주행, 보행자 무단횡단 등 이상상황을 자동으로 감지한다. 이러한 솔루션은 부주의에 의한 사고를 예방하고 단순사고가 대규모 재난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다.
제도 개선과 기술적 뒷받침이 있다 해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기대하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산업안전에 대한 기업 인식 전환이다.
산업 현장에서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는 근로자는 한해 평균 10만여명에 이른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 추정액은 매년 증가해 GDP 3%에 육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숙련된 근로자를 사고로 잃게 돼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나 생산성 하락을 초래하게 된다. 나아가 '근로자 안전을 등한시하는 기업'이라는 평판은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
결국 기업에 있어 안전환경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은 경제적 손실, 기업 이미지 저하를 예방하는 최적의 투자인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의 AI, 빅데이터, IoT, 클라우드 등의 기술은 이제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기술이 됐다. 다만 이와 같은 기술 발전이 보다 광범위하게 산업현장에 확산되기 위해서는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사업주와 시설관리자는 안전이 단순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필수 투자라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일시적 투자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안전에 기여하는 솔루션이 될 수 있도록 지속 유지 보수와 운영 관리도 필수다.
산업재해는 지속적 관심과 시스템에 의한 체계적 관리를 통해서만 감소할 수 있다.
김종국 에스원 SP사업부 전무 kuk999.kim@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