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스마트폰 대명사로 손꼽히는 샤오미는 자체 개발·생산하는 제품이 전체 25%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75%는 ODM 업체가 몫이다.
ODM은 하드웨어 기술력과 제조 역량이 부족한 샤오미가 중저가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린 핵심 원동력 중 하나다. 제품 개발이나 제조 설비 확충에 투입되는 비용·시간을 최소화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던 제품 완성도 역시 ODM 업체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개선됐다. 샤오미가 저가형 서브 브랜드로 내놓은 '레드미(홍미)'는 핵심 ODM 업체가 제품 개발부터 디자인, 부품 조달, 조립, 품질관리 등 제품 생애주기 전반을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국 휴대폰 ODM 업체 스마트폰 출하량은 총 3억2000만대에 이른다.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오포 등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대부분 ODM 생태계와 연관을 맺고 있다.
샤오미 이외에도 화웨이 '아너', 오포 '리얼미' 등 중저가 영역에서 특히 ODM 의존도가 높게 나타난다. 중국, 인도, 동남아 등 신흥 시장 수요 급증에 대응하면서 ODM 비중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중국 ODM 업계도 일부 대형 업체로 물량이 집중되며 구조조정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ODM 톱3 업체인 윙텍, 화친, 롱치어 연간 출하량은 각각 9030만대, 8480만대, 5780만대로 전체 74%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처음으로 거래선을 튼 윙텍은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오포, LG전자 등이 주요 고객사다. 중국 상하이와 심천, 시안 등에 연구개발센터를 보유했으며 5G 스마트폰 개발도 준비 중이다. NXP에서 분사한 글로벌 반도체 전문회사 넥스페리아도 인수하는 등 자체 부품 수급 역량까지 확충했다.
화친 역시 화웨이, 샤오미 등이 주 거래선이다. 화친이 생산한 화웨이 아너7, 샤오미 레드미6 프로 등 모델별 평균 출하량은 1000만여대에 이른다. 제조 공장 규모로는 ODM 업계 최대라는 평가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노트북과 태블릿, 각종 사물인터넷(IoT) 제품도 OD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화친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다.
3위 롱치어는 샤오미 물량이 68%를 차지한다. 올해 레드미노트 시리즈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ODM 이지만 샤오미가 일부 자재 조달과 생산에 직접 관여한다. ODM 방식을 일부 변형한 합작 형태라는 설명이다.
ODM 업계 관계자는 “능동적으로 수요 대응이 가능한 대규모 생산 설비와 체계화된 부품 공급망을 갖춘 대형 ODM 업체에 물량이 집중되면서 소규모 업체는 시장에서 빠르게 퇴출되고 있다”며 “한국 부품 산업계도 주요 ODM 업체로 거래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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