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값싼 메탄에서 '석유화학 쌀' 에틸렌 얻는 촉매 개발

왼쪽부터 함형철 책임연구원, 임서연 학생연구원, 하정명 책임연구원
왼쪽부터 함형철 책임연구원, 임서연 학생연구원, 하정명 책임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메탄가스에서 '화학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을 얻을 수 있는 촉매를 개발했다. 시행착오가 따르는 반복 실험 대비 최적 반응의 촉매를 찾는 시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화학산업계가 원료 다변화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한국연구재단은 하정명, 함형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컴퓨터 계산을 통해 메탄가스에서 에틸렌을 얻을 수 있는 천연가스 고부가가치화 촉매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에틸렌은 화학산업의 주요 원료다. 합성수지, 플라스틱 등으로 전환되어 여러 생필품의 원료가 된다. 석유화학기업은 주로 석유나 액화천연가스(LNG)로부터 에틸렌을 얻는다.

메탄으로부터 생산된 에틸렌으로부터 얻어지는 다양한 화학제품
메탄으로부터 생산된 에틸렌으로부터 얻어지는 다양한 화학제품

메탄은 석유와 비교해서 러시아,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매장량이 풍부하다. 음식물 쓰레기 등에서 합성이 가능하다. 메탄으로부터 에틸렌을 생산하면 원가 절감, 원료 다변화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메탄을 화학제품의 원료로 활용하는 공정 연구는 활발하지 않았다. 메탄을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에틸렌으로 전환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메탄 산화이량화(OCM:Oxidative Coupling of Methane) 반응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다. 반응을 일으키는 최적의 촉매도 찾지 못했다.

연구팀은 막대한 횟수의 실험과 반응을 확인해 촉매를 개발하는 기존 방식 대신 적은 수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양자역학 계산을 수행해 촉매를 설계했다.

후보물질을 표면에서 메탄이 어떻게 변화할지 시뮬레이션했다.

실험실에서 촉매를 합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주다. 촉매 화학반응 특성분석에 걸리는 시간 또한 1, 2주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하나의 촉매 후보군의 사용 가능성을 판단하는 시간을 한 달 가량의 시간을 단축했다.

압축된 촉매 후보 물질 65종류 가운데 네오디뮴(Nd)이 첨가된 스트론튬타이타네이트 촉매가 메탄의 산화를 돕는 활성이 가장 뛰어난 것을 확인했다.

기존 스트론튬타이타네이트 촉매의 선택도(48.9%) 대비 15% 가까이 향상된 선택도(55.0%)를 보여 메탄 원료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메탄 산화이량화 반응과 같이 반응 내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경우에도 범밀도함수 계산방법과 같은 양자역학 모델을 이용해 반응 촉매를 설계할 수 있게 됐다.

하정명 박사는 “실험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메탄 전환 촉매 설계 방법을 개발한 것”이라며 ”향후 저가의 천연가스로부터 고부가가치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상용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