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수출허가 간소화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우대국)'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이르면 내달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RCEP과 외교적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일본 정부가 각의에서 의결하기 전까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내달 2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회의에서 일본에 대한 압박에 나서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성 대신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 본부장은 “세코 대신이 일정상 한일간 만남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해왔다”면서도 “ RCEP 장관회의에서 다각적으로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조치가 3개 품목에 대한 강화된 수출 규제 등 경제적 문제를 과거사 문제와 연계시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과거사 문제로 양국 신뢰가 깨졌다는 일본 아베 수상의 논리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셈이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철회될 때까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대내적으로 기업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24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27일 중국 정저우에서 열린 RCEP 공식협상 및 미국과 양자 협의 등을 포함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또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아세안지역 안보포럼(ARF)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성 장관과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등을 만날 예정이다.
유 본부장은 최근 미국 방문 당시 외교적 성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로스 상무장관,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 등 미 정부와 의회를 비롯해 민간 싱크탱크 전문가 등 경제·통상분야 핵심 인사 20여명을 두루 만났다. 유 본부장은 미측 인사들에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인 바, 현 상황이 엄중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조치는 양국간 긴밀한 경제협력관계를 정치문제 해결 도구로 이용한, 매우 위험한 선례로 한일 양국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미국 기업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로스 장관도 이러한 인식에 공감, 우리 설명에 대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전했다.
[일본 수출규제 관련 주요 외교 일정]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