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영이 만난 사람] 울랄라랩 안동희 상무 “스마트팩토리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답답해서 내가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스타트업 울랄라랩이 그렇다. 처음에  IoT 디바이스를 만들던 울랄라랩이 불량 문제로 고민하다 직접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만든 것이다. 울랄라랩은 IoT로 출발한 기업답게 무엇보다 데이터를 강조하며 그중에서도 미세한 단위까지의 정확한 데이터 입력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해외에서 유명해졌다.  가볍고 비싸지 않은 그러나 정확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울랄라랩을 국내 중소기업들이 먼저 반기고 있다. 그런데 국내의 경우 B2B 분야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울랄라랩은 과연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울랄라’ 할 수 있을까? 울랄라랩의 안동희 상무를 장맛비를 뚫고 만나보았다.

울랄라랩 안동희 상무
울랄라랩 안동희 상무

- 이상적인 스마트팩토리란 무엇인가?

▲ 이상적인 스마트팩토리를 학술적으로는 논한다면, 고객의 요구나 소비 패턴에 맞춰 원자재 수급부터 생산 물류를 시스템화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고 비즈니스와 관련성 있는 외적 데이터의 연동, 분석, 적용을 통한 수요와 공급의 효율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는 생산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점진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통한 품질관리와 설비 예지보전 및 운영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상적인 스마트팩토리를 위해서는 전 공정을 치밀하게 통합 관제하고 이상 징후를 분석해서 생산 로스를 줄이거나 가동률을 증대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에너지 절감뿐만 아니라 재고 효율화 등 경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이렇게 한 단계씩 접근해야 한다.

울랄라랩의 윔팩토리 솔루션 / 울랄라랩 제공
울랄라랩의 윔팩토리 솔루션 / 울랄라랩 제공

- 이상적인 스마트팩토리를 위한 울랄라랩의 목표는?

▲ 생산현장에서는 단순 카운트와 같은 디지트와 아날로그적인 트렌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울랄라랩의 목표는 이들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 현장에서 잘 활용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생산설비에서 센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이용해 생산량과 가동률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온도와 압력을 정확하게 유지해야 되는 공정이라면, 설비의 온도와 압력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일관성 있는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설비의 전기 사용 패턴과 진동 데이터를 분석하면 설비의 결함을 파악할 수 있고 설비 가동이 갑자기 중단되기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탱크의 압력과 온도 데이터의 경우 상태 파악을 위한 데이터이기도 하지만 이를 다시 활용하면 유독성 물질의 누출이나 폭발과 관련된 작업자의 안전을 위한 데이터가 될 수도 있다.

울랄라랩은 중소기업들이 생산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생산, 품질관리 및 에너지 관리와 더불어 설비 예지보전과 안전관리 솔루션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기업 맞춤형 멘토링 서비스부터 시작하며, ICT(정보통신기술)에 전문성이 없는 일반 제조 중소기업도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쉽게 도입할 수 있는 제품 개발 공급이 목표이다.

-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 스마트팩토리 도입의 성공 요건은 최고 경영자 및 관계자들의 관심과 현실적 목표치 수립이다.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면 ‘생산성 증대 30%, 에너지 절감 10%’와 같은 문구는 마케팅 용어일 뿐이다. 이런 정량적 목표 이전에, 제조 현장의 운전상태를 데이터로 수치화하면 전체 공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렇게 공정 데이터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데이터가 계속 누적되면 설비별 비교나 기간별 추이 분석도 가능해진다. 이렇듯, 당장의 환금성 기대치보다는 책임자와 현장 관리자가 장기적인 운영 개선을 목표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기술과 솔루션이다. 스마트팩토리는 산업용 IoT 기술이 수반되며 데이터 수집 전송을 위한 센서와 게이트웨이 및 통신수단 그리고 데이터 뱅크와 분석 서비스를 위한 서버 플랫폼들이 여러 전문 기업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개발, 발전되고 있다.

- 해외 대형 스마트팩토리 공급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 스마트팩토리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은 대부분 오랫동안 공장 자동화 솔루션을 공급하던 대기업들이다. 그들은 규모상 국내 대기업들의 대형 프로젝트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국의 스마트팩토리 스타트업이 직접적으로 그들과 현장에서 부딪힐 일은 많지 않다. 현재로서는 각 스타트업들 별로 자신의 강점을 살린 전문적인 솔루션들을 중소 제조업들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전체 제조업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며 그들 나름대로 대외 경쟁력 향상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또한 다행히 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확산 정책이 지원되고 있는 만큼, 지금이 기회라고 보고 있다.

- 스마트팩토리 구축에는 전문업체간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들었다. 그 이유는?

▲ 스마트팩토리는 분야가 넓기 때문에 어느 특정 회사가 전체를 커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스마트팩토리 구성 요소 또는 상위 애플리케이션 공급사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디바이스 측면에서는 센서 전문업체가 있고 이를 연동해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하는 게이트웨이 또는 M2M 라우터 공급업체들이 있다. 서비스 플랫폼을 공급하는 기업은 이들 디바이스 업체와 협력이 필요하고, 수집된 데이터는 MES, PLM, QMS와 같은 전통적인 애플리케이션과의 공유도 요구된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AR(증강현실)이나 디지털 트윈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기업 간 연합을 통해 통합할 수 있고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알고리즘 전문업체도 있다. 예를 들어 예지보전을 위한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과 용접 품질 분석을 위한 알고리즘은 서로 다르지만, 협업을 통해 이들 알고리즘들이 서버 플랫폼에 통합되고 있다. 이러한 솔루션들이 전문업체 간 협력에 의해 발전되고 있고 이들이 우리나 스마트팩토리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해외에서 스마트팩토리가 잘 구현된 모범적인 공장이 있다면?

▲ 스마트팩토리는 ‘제조혁신’ 단어 그대로 제조 방식의 혁신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 스마트팩토리가 잘 구현된 공장이라면 독일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SpeedFactory)’를 소개하고 싶다. ‘스피드팩토리’ 프로젝트는 공장을 자동화 지능화뿐만 아니라 소재부터 부품 조달까지 모든 프로세스가 정보통신기술과 결합되었으며 소프트웨어, 센서, 프레임 제작 업체 등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해서 만들어진 공장이다.

기존 제화산업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나 동남아로 이전했고, 손이 많이 가는 제화나 봉제는 부분적으로 자동화가 되어 있어도 전 공정을 완전 자동화할 수 없는 산업이었다. 하지만,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모델을 선택하면 로봇과 디지털 날염기(DTP), 3D 프린터 등을 동원해 5시간 안에 제품을 생산한다. 이런 방식으로 연간 5만 켤레를 단 10명의 직원과 로봇이 협업해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상황과 달리 우리나라의 스마트팩토리는 아직 시작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정부 지원을 통한 스마트공장 확산 사업은 대체로 MES와 같은 생산관리 시스템을 보급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미 대기업은 오래전부터 MES, ERP 그리고 QMS와 같은 생산 정보를 수집하고 집계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용 IIoT 기술과 데이터를 빼고는 스마트팩토리를 논할 수 없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발전한다면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제조혁신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 울랄라랩의 대표적인 사례는?

▲ 사실 울랄라랩은 국내에 앞서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아왔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제화공장에 울랄라랩의 윔팩토리 솔루션을 투입했고 최근에는 베트남에도 진출하고 있다. 대부분 나이키와 아디다스 하청 공장들이다. 제화는 원자재를 1차 가공한 후 고열 프레스로 눌러 성형하는 과정에서 온도와 압력이 중요한데 이렇게 품질과 관련된 데이터 분석 외 각 설비별 가동률과 생산량을 정확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고객사에서는 누적된 데이터를 전체 공정 개선이나 인력 재배치 등 경영개선 관점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말레이지아산 팜유는 전 세계 수요의 절반 이상을 공급할 정도로 농장과 가공산업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이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은 야자열매 탈피 후 스큐류식 착유기에 투입해 오일을 추출하는 기계의 빈번한 고장이다. 그런데 모터의 전류 패턴과 진동 그리고 감속기어 베어링 부위의 발열 등을 지속 정밀 계측 분석하면 사전에 이상징후를 예측해낼 수 있다. 고장 후 수리와 고장 전 정비는 비용이나 시간상 큰 차이가 있다. 워낙 대형 장비라 수리하는데 한 달 이상 걸리고 야자열매는 농작물과 마찬가지로 적기에 수확 가공해서 선적해야 하기 때문에 설비 고장은 그만큼 기업에 큰 손실을 초래한다. 적용 결과와 성과가 확실한 해외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 스마트팩토리 시장을 좀 더 확대해본다면 어떤 분야가 있을까?

▲ 유독가스 누출이나 LPG 탱크 폭발 등 빈번한 산업재해 안전사고가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대형 사건 사고에는 조짐이라는 것이 있다. 해당 설비에 센서를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이상 징후를 분석해 경보 조치한다면 대형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유해가스 지속 노출은 조업자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식품을 취급하는 사업장이라면 온도 관리가 중요하고, 의약품 제조업체라면 오염 관리가 필요하다. 대부분 이에 수반되는 센서가 개발되어 있고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장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이렇듯 재난관제 분야에도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투입, 운용할 수 있다.  

- 우리나라의 스마트팩토리는 제조업 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듯한데…

▲ 꼭 그렇지마는 않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가스를 공급하는 플랜트 설비의 모니터링처럼 관련 산업에서도 스마트팩토리의 근간 기술인 IIoT가 적용되고 있다. 물류창고 내부 환경 모니터링과 함께 배송 분류 컨베이어와 같은 설비에서도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필요하다. 이렇듯 스마트팩토리는 공장 내부뿐만 아니라 원자재 수급부터 물류 배송까지 전 분야에 걸쳐 투입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대부분이 확산 이전의 검토 단계지만 그만큼 폭넓게 시장이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끝으로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고민하는 중소기업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려면 도입단계부터 IT부서와 현장 관리자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중견기업 이상 대기업들은 자사 내에서 관련 부서원들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솔루션 선정과 파일럿 테스트 및 평가와 운영까지 진행할 수 있는 반면, 일반 중소기업들은 시작단계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럴 때 스마트팩토리 전문기업의 도움을 받아 큰 예산 확보나 무리한 투자보다는 중소기업의 상황과 형편에 맞는 단계적 추진을 권하고 싶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디바이스(센서와 게이트웨이)와 인터넷 및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표준화된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클라우드 플랫폼은 공동으로 이용이 가능한 온라인 서버로 일정 사용료를 내고 빌려 쓰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 개의 시험 투입용 생산설비를 지정해 센서와 게이트웨이를 통해 그 효과가 증명되면, 그 이후에 전사적으로 확산해도 늦지 않다. 현장에 적용하고 실제 운영해보는 것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류지영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thank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