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얘기가 나오는 시점부터 이 말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닌, 이상을 꿈꾸는 몽상가의 교육철학에 지나지 않게 된 것 같다.
교육환경과 철학, 태도는 하루가 다르게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관련 소프트웨어(SW) 교육을 할 때 기본적 개념 및 원리, 복잡한 수식·유도 절차 등을 다루면 학생들 반응은 한결 같다. '왜 저렇게 복잡하고 따분한 내용을 강의할까'라는 표정이다. 물론 이해가 된다. 지금은 동일한 물리적 시간 내에 누가 더 많이 최신의 고급 기술을 더 잘 사용할 줄 아느냐가 경쟁력이 됐기 때문이다.
과연 이것이 진정 대학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목표일까. 기업체가 신입사원을 맞춤 인력으로 재교육하는 것이 힘들고 귀찮아 마치 스포츠산업 생태계처럼 고액 연봉과 채용이라는 당근으로 그 일을 대학으로 떠넘기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러한 현상은 특히 SW 교육에 편향돼 있다. SW중심대학·AI대학원 등 각종 교육 지원 사업이 난무하고 있다. 정부가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다. 다만 이러한 사업들이 우리나라 대학의 SW·AI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라기보다는 시대 흐름에 편승한 또 하나의 성과지향형 정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우후죽순 선보이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나 학습법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빠르고 쉽게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실사구시형 교육법이다. 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효과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SW 교육 자체를 이러한 수업 방식에 전적으로 의존하려는 경향이 크다. 자칫 학생들을 SW 기술만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일종의 광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화웨이 사태를 보더라도 SW 교육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낄 수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 사용을 제약함으로써 중국의 SW산업 자체가 휘청거릴 위기에 처했다. 만약 SW 교육을 '단순히 잘 활용하는 것'이 아닌 '원리를 탐구하고 새로운 것을 고민'하는 차원에서 했다면 구글 안드로이드를 뛰어 넘는 새롭고 혁신적인 운용체계를 개발·보급함으로써 오히려 미국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융합 역시 모든 분야의 중요 교육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커리큘럼을 재정비하고 학과를 신설하기도 한다. 학생들에게는 끊임없이 융합 사고와 결과를 요구한다. 즉 '물리적 융합'을 강요한다. 이는 '융합을 위한 융합'을 시도하게 하고, 오히려 융합에 대한 반감만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온다. 융합은 요새말로 '케미'가 중요하고 '화학적 융합'이 필요하다. 평소 본인이 관심 있던 것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문제를 찾고 AI·SW와 같이 자신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고민해 보는 자세를 갖는 것도 방법이다.
이제 대학 교육이 그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다. 최신 고급 SW기술을 능수능란하게 활용만 할 줄 아는 것이 아닌, 그러한 기술에 대해 본인만의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줄 아는 교육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쌓아 온 인류의 소중한 지식에 조그마한 돌 한 개를 올려놓는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진리 탐구와 기술 진보에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으며 미래의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는 주춧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안창욱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SW교육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