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차량 공유업체인 '그랩(Grab)'과 '고젝(Go-Jek)'이 잇따라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는 모바일앱을 통해 승용차와 오토바이 공유뿐만 아니라, 택시·렌터카 서비스, 음식배달, 택배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모빌리티 분야의 시장을 확대하는 양상이다.
30일 인도네시아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겸 사장은 전날 자카르타의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면담한 뒤 “5년간 그랩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20억 달러(2조367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랩은 “소프트뱅크 투자금으로 인도네시아에 차세대교통망을 구축하고 의료와 같은 중요한 서비스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랩은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기반 교통망을 구축하고, 위치 정보를 지도에 표시하는 지오매핑(geo-mapping)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인도네시아에 제2 본부를 설치하고, 3개월 내 'e-헬스케어 서비스'도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은 2012년에 사업을 시작, 작년 3월 세계적 승차 공유업체인 우버(Uber)의 동남아 사업을 인수하면서 동남아 1위 업체로 등극했다. 그랩은 올 초 소프트뱅크비전펀드 14억6000만달러(1조7000억원)를 투자받는 등 2014년부터 계속해서 소프트뱅크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2010년 인도네시아에 설립된 승차 공유업체 고젝에도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16일 세계 최대 신용카드 브랜드사 중 하나인 '비자(VISA)'는 고젝에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투자금액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고젝과 비자 네트워크의 힘을 활용해 동남아시아의 금융서비스 접근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젝은 이달에만 태국 시암상업은행, 일본 미쓰비시자동차, 미쓰비시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다. 안드레 소엘리스티요 고젝 회장은 “투자자들은 동남아에서 고젝의 장기 비전에 강한 신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젝의 점유율이 그랩보다 높지만, 동남아 전체를 보면 그랩이 앞서가고 있다. 그랩은 현재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필리핀·미얀마·캄보디아 등 8개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고젝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필리핀·태국·싱가포르 등 5개국에서 이용할 수 있다. 그랩과 고젝이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사용자들은 각종 혜택을 받고 있다. 양사는 차량 이용, 배달음식 주문 시 금액을 할인해주고 쿠폰을 제공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