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의 해외사업 성장세가 가파르다. 해외 영토를 넓혀 외형성장을 꾀하는 한편 국내 사업의 불확실성도 회피하기 위한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에 이어 롯데면세점도 해외 매출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뒀다. 롯데는 지난 26일 하노이공항점을 오픈하며 해외사업장을 13개로 늘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7개였던 해외 점포는 올해 들어 두 배로 급속히 불어났다.
매출 성장세도 매섭다. 롯데면세점의 해외 매출은 2014년 550억원에서 지난해 2400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작년 매출을 넘어섰다. 내달 다낭시내점 오픈도 앞두고 있어 연매출 목표치인 7000억원도 거뜬할 전망이다. 내년엔 해외점 매출 1조원을 거둬 글로벌 선두 사업자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신라면세점은 해외 사업만큼은 롯데보다 한 발 앞섰다. 해외에 5개 사업장을 보유한 신라는 지난해 국내 업체 중 최초로 1조원 고지를 돌파했다. 아시아 3대 공항에 사업장을 보유한 세계 유일의 면세사업자로 입지를 굳히며 글로벌 5위에서 3위권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이부진 사장의 지휘 아래 지난 2013년 싱가폴 창이공항을 시작으로 진출한 해외사업이 결실을 맺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해외 면세점의 급속한 신장세에 힘입어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17.3%로 영업이익은 14%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국내 면세업계가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내는 것은 사업 다변화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국내 면세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지만 매출 대부분을 중국인 보따리상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수익구조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다. 과도한 송객수수료로 수익성도 기대하기도 어렵다. 중국 사드보복 같은 외부 변수가 재발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이 같은 국내 시장 불안정성에 대응해 리스크 헷지 측면에서 해외시장에 힘을 싣겠다는 접근이다. 실제 면세점 매출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
롯데면세점은 2014년 1.3%에 불과했던 해외매출 비중이 지난해 3.1%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에는 약 8%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내년에는 해외 매출비중을 10% 이상으로 끌어 올려 외형성장과 수익 다각화를 동시에 꾀할 방침이다.
신라면세점 역시 해외에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면서 수익 구조를 다변화했다. 지난해 신라면세점의 전체 매출(4조4000억원)에서 해외사업 매출은 1조원대로 비중이 20%대를 훌쩍 넘어섰다. 2014년 4.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국내서 해외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사업구조 구축을 통해 내실을 다지면서 외형성장도 유지한 것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데 주효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