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년 동안 상·중위 근로자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아 '임금 하향 평준화'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기술 진보 둔화로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정체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저임금 계층을 위한 정책만으로는 전반적 임금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혁신 촉진으로 고숙련 노동 수요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은 '혁신성장'과 반드시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30일 '임금격차는 어떻게, 왜 변해왔는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상위·중위·하위 임금근로자의 시간당 실질임금 상승률을 시기별로 분석한 결과 임금 상승은 지속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위임금 근로자 기준으로 실질임금 상승률은 1기(1980~1994년) 9.2%, 2기(1995~2007년) 4.0%, 3기(2008~2016년) 1.1%로 낮아졌다. 특히 2008~2016년 기간 하위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3.0%를 기록한 반면에 상위와 중위는 각각 1.1%에 그쳤다.
고 소장은 “2008~2016년 하위 임금은 계속 올라가지만 중위·상위가 급격히 정체되면서 하향 평준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해당 기간 고숙련 노동 수요가 정체된 것은 숙련편향적기술진보(skill-biased technical change, SBTC)의 둔화 때문으로 분석했다. SBTC는 기술진보로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정보통신기술(ICT) 등 분야에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다.
임금 상승을 위해선 혁신, 기술진보를 촉진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임금 계층을 위한 정책만으로 향후 전반적 임금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규제완화, 산업 구조조정, 부문별(교육·노동·연구개발) 개혁 등으로 혁신과 기술진보를 촉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분석은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만으로는 임금을 높일 수 없고 혁신성장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고 소장은 “임금과 관련해 보통은 저소득층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지만 중위·상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혁신성장 노력이 바람직하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이 이를 모두 포괄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혁신 촉진으로 고숙련 노동 수요가 증가해 분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 1995~2007년 ICT의 발달·확산으로 이를 활용하는 능력을 갖춘 대학교 졸업자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임금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고 소장은 “향후 혁신 촉진으로 고숙련 노동 수요가 증가하면 1995~2007년 때와 같이 분배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인력의 고숙련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1990년대 이후 목격된 대학 교육의 질적 악화를 고려할 때 양적 확대보다는 뒤처진 대학을 중심으로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사후적 재분배 강화와 함께 효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