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와 대학이 국방부 전문연구요원 축소 계획에 반대 목소리를 키웠다. 당사자인 기업과 학생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인재, 산업경쟁력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포항공대, 한양대,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GIST(광주과학기술원), KAIST(한국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UST(과학기술연합원대학교) 10개 대학 내 25개 총학, 단과대 학생회로 구성된 '전문연구요원 감축 대응 특별위원회'는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방부의전문연구요원제도 축소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상민 의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병역 자원 감소는 심화되는데 매년 전체 군 입대 인원의 1%에 불과한 전문연구요원 2500명을 더 확보하는 것은 절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의 축소 계획은 관련 부처와도 제대로 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라면서 “이번 사태에서 국방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학기술계, 특히 이공계 학생과 소통이 전무했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통의 방식으로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감축되면 이공계 기피 현상이 가속화되고,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과 우수인재의 해외 유출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원석 DGIST 부총학생회장은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국방부가 과학기술계에 내리는 시혜가 아니다”라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국방 기술, 산업 경제, 과학 기술, 인재 양성이 어우러진 국가 전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지현 특위 의장은 “3년에 걸쳐 전문연구요원 폐지, 감축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당사자인 학생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은 없었다”면서 “전문연구요원에 복무 중인 대학원생이나 요원 편입을 준비 중인 대학생의 목소리를 듣고 효율적 운영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산업계도 기업 입장을 반영한 정책 설계를 요청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중소·중견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연구소장 등으로 구성된 기업 대표가 2일 국방부를 방문해 산업계 전문연구요원 축소 철회 건의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 대표는 건의서에서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에 전문연구요원은 거의 유일한 젊은 우수연구인력 공급 수단”이라면서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연간 4393명 고용 및 1조3000억원 생산유발 등 경제적 효과가 크므로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기협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근무 전문연구요원은 2292명이다. 이는 중소기업 20대 석·박사 연구인력 2963명의 77.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병극 캐리마 대표는 “전문연구요원제도는 기업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전문연구요원 축소 논의 과정에 기업의 의견은 배재되고 있다”면서 “전문연구요원 축소가 중소벤처 기반 혁신성장을 내건 국정과제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6년 산기협이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90.4%가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축소 및 폐지에 반대했다. 제도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의 93.2%가 연구인력난 해소에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김상길 산기협 전략기획본부장은 “청년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소기업 연구소의 20대 연구원 비율은 14%까지 떨어진 상황”이라면서 “그나마 산업계 전문연구요원이 마지막 보루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방부는 2016년 5월 '산업 분야 대체복무 배정 인원 추진 계획안' 발표를 통해 전문연구요원제도를 2023년부터 폐지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2024년까지 이공계 전문연구요원 정원을 현재의 2500명에서 1200명으로, 산업계 전문연구요원은 현재 1500명에서 400∼500명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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