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우대국)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후 곧바로 대응방안을 내놨다.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를 위한 단기 대책, 대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중장기 대책을 제시했다.
단기 대책은 우리 기업 물품 공급 안정, 경영애로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기업에 직접 도움이 되는 대책이 부족하고, 추가경정예산 투입 자금(2732억)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발표될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은 실효성·지속성이 관건이라는 평가다.
◇우리 기업 '공급안정화'에 총력…큰 도움 '글쎄'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총 1194개 전략물자가 수급에 영향을 받게 됐다. 이 가운데 백색국가 문제와 무관하게 지금도 건별허가를 받는 민감물자를 제외하는 등 대상을 세부적으로 정리하면 결국 영향을 받는 품목이 159개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정부는 159개 품목을 대일의존도, 파급효과, 대체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그룹을 분류해 '맞춤형 대응'에 나선다. 단기적으로 대체가 어려운 품목은 우선적 재고확보, 공급처 다변화를 병행해 추진한다. 주문 제작 방식 장비 등은 교체시기 조절, 기술개발, 신뢰성 향상 등으로 대응한다.
정부는 우리 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종 '공급 안정화' 대책을 마련했다.
기업의 수출규제 품목 물량 확보를 돕기 위해 보세구역 내 저장기간을 2개월에서 필요기간으로 연장한다. 긴급통관을 요청하면 최우선 처리하는 등 '24시간 상시 통관지원체제'를 가동한다.
정부는 기업이 신규 대체 수입처를 확보할 수 있게 돕는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수입자금 대출시 추가 소요자금을 일괄 보증하고, 선급금 지급조건 계약을 맺을 때에는 선급금 미회수 위험 담보를 추가 제공한다. KOTRA는 수입처 다변화를 원하는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소재·부품 공급업체 발굴과 현지 활동을 지원한다.
필요시 화학물질 등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신규 화학물질 신속 출시를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재량근로제 활용도 적극 추진한다. 백색국가에서 배제돼도 특별일반포괄허가가 가능한 일본의 'CP(Compliance Program) 기업 제도' 활용도 지원한다.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위한 내부자율준수규정(ICP)제도를 운영하고 632개 CP기업을 지정했다.
또 관계부처 합동으로 일본 수출규제 관련 일일상황을 점검하고 애로신고센터 등도 가동한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대일 의존도 완화와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범부처 TF 운영, 협·단체 등 현장의견 수렴을 거쳐 정책과제 발굴을 추진한다.
정부가 '공급 안정화'를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당장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 두드러지지 않고, 종전 정책을 일부 강화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학물질 인허가 단축과 신속 출시 지원, 특별연장근로 인가 등은 실제 현실에서 얼마나 활용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CP 기업 제도에 대해서도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CP 기업 제도와 관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충분한 지원' 이뤄져야…경쟁력 강화대책은 실효성이 관건
정부는 예산·세제·금융 차원 지원책도 마련했다. 지난 2일 밤 국회는 5조8269억원 규모 추경안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2732억원이 일본 수출규제 대응에 사용된다.
957억원을 투입해 대일 의존 핵심품목을 중심으로 기술개발 조기 추진에 나선다. 소재부품기술개발(650억원),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217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기술은 이미 확보했지만 신뢰성이 낮아 상용화되지 못한 품목의 성능평가 지원, 테스트장비 구축에 1275억원을 투입한다. 부품·소재 양산 가능 기업의 국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자금 지원에 500억원이 쓰인다. 이와 함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소요를 목적예비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예산총칙에 지원근거를 마련했다.
핵심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술에 대해 신성장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 적용을 확대한다. 일본 수출통제 등으로 대체국에서 해당물품이나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경우 할당관세를 적용(기본세율에서 40%포인트 범위 관세율 인하)한다.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국세 납기연장, 징수유예, 부가가치세 환급금 조기지급, 세무조사 유예 등 세정지원을 실시한다.
일각에선 세무조사 유예 등을 두고 일부 기업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지원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다.
세무조사 유예와 관련 홍 부총리는 “꼭 필요한 세무조사라면 안 할 수 없지만 피해기업을 고려해 관세조사 같은 것을 최대한 유예시켜주겠다는 것”이라며 “특정 기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5일 발표될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은 실효성·지속성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그간 관련 대책이 수차례 나왔지만 만족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책에는 △R&D 등에 매년 1조원 이상 대규모 투자 △자립화가 시급한 R&D 과제 예타 면제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국내공급망 구축 등이 담길 예정이다.
정부는 “핵심 원천소재 자립역량 확보를 목표로 R&D 투자전략, 프로세스 혁신 등을 담은 범정부 차원 별도 종합대책도 이달 중 마련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산업 파급력이 큰 전략소재 기술과 인재양성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수출규제 업종별 설명회 주요 설명내용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