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강행으로 한국 금융시장은 당분간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급격한 자금 유출 우려보다는 성장률 하락 등으로 인한 한국 경제 기초체력 저하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6일 오전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추가로 열기로 했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예상하지 못한 시장 불안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에서는 이번 조치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다소 낙관하는 분위기다. 특히 일본계 자금의 갑작스런 유출로 인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금융위 시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은행장과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우리 금융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대다수 시장참가자도 금융시장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직후 코스피 지수는 7개월여 만에 2000선 밑으로 떨어졌지만 하락 폭은 0.95% 정도에 그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2.2% 떨어진 데 비해 하락 폭은 크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일본과의 수출 분쟁에 따른 우려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오히려 당장의 영향보다는 이번 조치에 따른 성적표가 나오는 10월 무렵이 금융시장의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가 시장 안정 조치보다 수출 지원 대책을 먼저 꺼내든 이유도 이번 조치가 얼마나 많은 기업에 피해를 줄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3일 정책금융기관, 은행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최대 6조원 규모로 신규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존 차입금 만기를 상환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안타깝지만 얼마나 많은 기업이 피해를 입을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번 조치 이후에도 정부 여력이 되는 대로 많은 기업에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자금 공급 여력을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높아진 불확실성과 한일 간 교역분쟁이 확대되면서 하반기 한국 성장률은 0.3~0.5%포인트 정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가 재정확대를 통해 성장률 하방 압력을 방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재정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