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트로이트와 스페인 안달루시아. 두 국가에 있는 두 도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과거 제조업의 강자였지만 산업 환경 변화로 위기를 겪은 도시란 점이 머릿속에 곧바로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들은 새로운 해법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마련해 가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들 사례에서 주목할 공통점은 위기 극복을 위해 지역의 산업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미국 디트로이트는 스타트업을 활성화하면서 현재 자동차 관련 연구개발(R&D) 중심지가 됐고,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은 조선 산업 몰락을 이겨 내고 유럽을 대표하는 항공 산업 클러스터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렇듯 지역의 새로운 일자리 모델은 경제 활력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또한 '지속 가능한 상생형 지역일자리' 등 일자리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 유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화두로 떠오른 상생형 지역일자리는 지역의 노·사·민·정이 함께 손잡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올해 1월 '광주형 일자리' 출범을 시작으로 밀양(경남)과 구미(경북)에서도 지역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 협약이 발표되는 등 윤곽이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7월 25일 경북도·구미시·LG화학은 '상생형 구미일자리 투자협약'을 체결하며 약 5000억원의 투자와 이차전지 배터리 양극재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단기로 약 1000개의 직간접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긍정 평가를 할 수 있는 부분은 이차전지의 경우 향후 반도체를 능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핵심 소재로서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성장형 산업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구미가 이차전지 생산 기지가 된다면 장기로 볼 때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협약은 지역 노·사·민·정 타협과 양보에 정부 지원이 더해지면 국내 신규 투자는 물론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도 이뤄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지금도 상생형 지역일자리를 추진하고 있는 여러 지역에 희망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협약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상생형 지역일자리가 전국 단위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일자리위원회와 정부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선정과 지원 근거 등을 담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의 조속한 개정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자리위 내에 설치된 '상생형 지역일자리 지원센터' 중심으로 관계 부처와 협력해서 기업 투자, 지방자치단체 맞춤형 컨설팅 등 실질 지원을 통해 새로운 지역일자리 모델을 지속 발굴할 계획을 세웠다. 또 노·사, 원·하청, 기업·지역 등 참여 주체 간 협력을 강화해 지역별로 '상생형 지역일자리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일 것이다.
'집사광익(集思廣益)'이란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삼국시대 촉나라 전략가 제갈량은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으고 해법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지역경제 활성화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참 좋은 변화인 '상생형 지역일자리'가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이목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mokhee@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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