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생명 구하는 '스마트워치'를 기다리며

박정은 통신방송부 기자
박정은 통신방송부 기자

고향에 있는 가까운 인척이 갑자기 쓰러졌다. 다행히 친구들과 함께 있어서 곧바로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빠른 조치 덕분인지 고비를 넘기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그는 운동을 꾸준히 해 왔으며, 술·담배는 즐기는 편이 아니다. 평소 건강했다. 아무도 없이 혼자 쓰러졌다면 하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평상시에는 곁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고향을 다녀오는 길에 문득 '스마트워치'가 머릿속에 스쳤다. '넘어짐(낙상) 감지'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을 착용한다면 위급 상황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건강 이상 징후를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챌 수 있다면 구매 비용은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등 해외에서는 낙상감지 기능과 심전도측정(ECG) 기능을 탑재한 애플워치4가 출시돼 생명을 구했다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영국에선 출시 일주일여 만에 '심방세동' 경고를 받은 사용자가 조기에 병원을 찾아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 사례가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애플워치4는 기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다. 스마트워치를 비롯해 웨어러블 기기가 ECG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낙상감지 기능과 긴급 구조 요청 기능은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초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1호 사례로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를 선정했다. 애플워치보다 4년 앞서 심전도 측정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휴이노가 고려대 안암병원과 함께 실증 특례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생명과 건강, 생활 안전이 관련된 기술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전문성이 결여된 의료 정보는 도리어 심각한 오판을 초래할 수 있다. 충분한 안전성 검증과 의료 분야 협업이 선행돼야 한다.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찰나의 순간에 안전장치가 되어 줄, 기능을 갖춘 스마트워치가 하루빨리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