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블랙먼데이'…코스피·코스닥 주저 앉고 환율 치솟아 '앞이 캄캄'

코스닥이 장중 600선이 무너지는 등 일본의 무역 규제로 인해 증시가 하락하며 3년 1개월여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5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전 거래일보다 45.91포인트(P) 떨어진 종가 569.79가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51.15P 하락한 1946.98로 마감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코스닥이 장중 600선이 무너지는 등 일본의 무역 규제로 인해 증시가 하락하며 3년 1개월여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5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전 거래일보다 45.91포인트(P) 떨어진 종가 569.79가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51.15P 하락한 1946.98로 마감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코스피가 1950선 아래로 떨어지고 코스닥은 12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주가 급락으로 인한 사이드카까지 3년 만에 발동됐다. 원·달러 환율은 1220원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이후 금융 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국내 금융 시장뿐만이 아니다. 무역 분쟁을 촉발시킨 일본 증시도 마찬가지로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까지 더해지면서 세계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56% 하락한 1946.98에 장을 마감했다. 2016년 6월 28일(종가 기준 1936.22) 이후 3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은 4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 갔다.

코스닥은 7% 넘게 하락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이날 오후 코스닥 지수가 6% 이상 빠지자 5분 동안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거래소가 코스닥 시장에 매도 호가 사이드카를 발동시킨 것은 2016년 6월 24일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사이드카 발동에도 코스닥은 하락 폭을 키워 이날 하루 만에 코스닥은 7.46% 하락, 569.79로 거래를 마쳤다. 2015년 1월 8일(566.43) 이후 4년 7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등락 폭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환율도 요동쳤다. 지난 2일 1198.0원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이날 하루 만에 14.8원 오르며 1215.3원까지 상승했다. 1220원 턱 밑까지 올라왔다. 일본과의 수출 분쟁에 더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관세전쟁으로 번지면서 공포심이 커진 영향이다.

국내 증시와 환율 전반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뿐만 아니라 미-중 무역분쟁 등이 겹쳐진 결과다.

실제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달러 기준환율을 직전 거래일보다 0.33% 오른 6.9225위안으로 고시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6.9위안을 돌파했다. 역외 위안-달러 환율은 즉각 달러 당 7위안선을 뚫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1%, 홍콩 항셍지수는 2.92% 각각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74% 하락했다. 직전 거래일에 2% 넘게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코스피 지수와 비슷한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금융 당국에서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국제금융센터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금융 상황을 점검했다.

금융 당국에서는 아직 우리 시장이 불확실성을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으로 여기고 있다. 손 부위원장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발표도 있었지만 2일(현지시간) 새벽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될 우려가 커졌다”면서 “아시아 시장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했지만 오히려 우리 증시는 상대적으로 더 적은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코스피는 최저 1900선까지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이상 수준에서 고착화되는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최악에는 125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섣부른 판단을 하기는 어렵지만 백색국가 제외 이후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가 현실화하면 국내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면서 “당분간 국내 금융 시장의 불안한 흐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