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街, 추석 선물세트서 '일본색' 지우기 진땀

지난해 추석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추석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유통업계가 추석선물세트 구성에서 일본색 지우기에 고심하고 있다. 자칫 실수로라도 일본 제품을 선물세트에 포함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는 눈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마트·편의점은 올해 추석선물세트 본 판매에서 일본산 제품은 전부 제외할 방침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선보였던 일본산 사케를 올해 추석에는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이번 추석선물세트 카탈로그에서 사케 제품을 빼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추석선물세트에서 일본산 화과자나 모찌·초콜릿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설에 한정 판매해 인기를 끌었던 한우·일본산 생와사비 결합 상품도 이번에는 제작하지 않는다.

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제품은 명절 선물세트 중 극히 일부로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면서 “아직 본 판매 카탈로그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올해 추석에는 일본산은 전부 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귀띔했다.

대형마트도 신중한 모습이다.

이마트는 작년 추석에 판매했던 일본산 위스키 선물세트를 올해에는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산 위스키를 구색용으로 선보이긴 했지만 구매 수요도 적고 굳이 이번 추석에 선보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최근 몇 년간 명절선물세트에서 일본산 제품을 제외했으며 올해 추석에도 판매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편의점들도 신중한 태도다. 업종 특성상 신선식품보다는 가공식품 위주로 꾸리다보니 자칫 일본산 제품이 섞여있을까 카탈로그를 꼼꼼히 검토하고 있다.

CU는 작년 추석 선물세트로 내놨던 일본산 사케 2종을 올 추석에는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GS25 역시 지난 명절에 판매했던 일본 맥주 선물세트를 이번엔 카탈로그에서 제외했다.

한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최근 몇 년 새 각광받는 와규 소고기 역시 오해를 살까 최대한 조심스럽게 운용한다. 국내서 선물세트로 유통되는 와규 대부분은 호주산이지만 자칫 일본산으로 오해받을까 카탈로그에 호주산을 크게 명시하는 업체가 늘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일본산 세트는 이색 선물을 찾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구색용으로 갖춰놓은 것이기 때문에 굳이 현 시국에 판매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그야말로 배나무 아래서 갓끈도 고쳐 매지 말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