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 규제 이후 일본산을 대체할 소재·부품·장비 국산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중소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의미있는 기술을 개발하고도 좀처럼 사업화 기회를 잡지 못했던 다수 중소기업이 재조명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중소기업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대기업과 연계를 통한 테스트, 판로개척까지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 그동안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운영된 일본 수출규제 대응 조직도 중소기업비상대응반으로 확대 개편했다. 김학도 차관이 중심이 돼 상시 운영될 예정이다.
일본의 1차 수출 규제 대상이 된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등 3가지 핵심소재 분야에서는 솔브레인, 후성,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동진쎄미켐 등이 국산화 후보 업체로 부각됐다.
이외에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섀도마스크(FMM) 분야 웨이브일렉트로닉스와 APS홀딩스, 반도체 블랭크마스크 분야 에스앤에스텍, 현재 일본 의존도가 100%인 이차전지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 분야 율촌화학, BTL첨단소재 등이 주목받았다. 일부 기업과 구체적 공급 논의가 진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에 관련 기업 주가도 수출 규제 이후 크게 오르고 있다.
그동안 소재·부품 국산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오랜 공급 경험으로 수급 안정성이 검증된 일본산을 대체하기 힘들었던 게 현실이다. 단가 인하에만 집중하면서 국내 소재·부품 생태계 구축은 후순위였던 관행도 부메랑이 됐다.
업계에서는 개발 단계부터 대기업이 국내 중소기업과 협력해 개발비를 지원하거나 인력, 성능테스트 등을 지원하는 '선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발 성공시 구매 물량을 보장하는 '구매조건부 과제'도 신뢰도를 높이는데 좋은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샘플 개발을 위한 테스트 비용도 지급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보니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공급 시도를 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면서 “적은 물량이라도 구매를 한다는 보장만 있다면 이를 토대로 품질 향상과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간담회를 열고 일본 수출 규제 대응책을 알리고 기업의 애로를 다양하게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다이아몬드 휠(Diamond Wheel) 개발 업체로 현재 시험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용 휠 개발에 착수한 에스다이아몬드 공업의 고영길 대표 등 국산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보유한 8개 중소기업이 참여했다. 대부분 중소기업이 핵심기술일수록 수요처가 적고 개발과 테스트 등 사업화에 이르는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6대 업종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참여해 품목 선정부터 공동 연구개발(R&D), 실증 테스트 등 상생협력 프로그램, 후불형 R&D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한 중소기업 대표가 8년 전 특허를 받고도 사업화에 나섰지만, 공장설립부터 고순도 불화수소 운반 용기를 만들 엄두가 나지 않아 당시에는 포기했었다”면서 “그 대표가 지금 제가 받은 특허기술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사명감마저 든다”고 일화를 소개하며, 이같은 사명감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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