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담배 업체가 세계 최초로 미성년자 흡연 방지 기술을 개발했다. 전자담배 기기의 블루투스 기능과 스마트폰의 성인 인증 기능을 연동하는 방식이다.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흡연 문제를 줄이는 대안 기술이 될 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자담배 업체 비엔토가 최근 세계 최초로 '미성년자의 전자담배 접근제어 방식'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다. 비엔토는 특허 출원 절차를 마무리한 뒤 제품 생산에 착수, 올해 말부터 시중에 판매할 계획이다.
비엔토의 미성년자 접근제어 방식은 전자담배 기기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연동, 성인 인증을 하는 방식이다. 제품 구매 시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기기에 내장된 시리얼 번호를 스마트폰 앱에서 성인 인증을 해야만 기계가 활성화된다. 계도나 교육을 통한 방식이 아니라 기기 자체의 기능으로 접근을 막아 청소년이 호기심에 전자담배를 시작하는 것을 원천 방지한다.
비엔토가 개발한 폐쇄형(CSV) 전자담배는 이동식저장장치(USB)와 비슷하게 생겨서 휴대와 숨김이 간편하다. 냄새도 덜해 청소년층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율은 2007년 13.3%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6년 6.3%까지 일시 떨어졌다가 2017년 6.4%, 2018년 6.7%로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률도 2014년 5%에서 2017년 2.2%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2.7%로 다시 상승했다.
정부가 판매처 집중 단속, 유인물 배포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비엔토가 개발한 기술은 전자담배 업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단속보다 기술적인 차단을 통해 실효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에서도 전자담배를 이용한 청소년 흡연이 사회 문제다. 미국에서는 전자담배 쥴과 관련해 '쥴링'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청소년 흡연율을 부추기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반 궐련담배에서 나오는 검은 담뱃재와 특유의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아 학생들 사이에서 구입과 사용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고교생의 전자담배 흡연율은 2017년 11.7%에서 지난해 20.8%로 급상승했다. 미국 보건 당국은 CSV 전자담배 쥴이 청소년 흡연율을 높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쥴은 미국에서 인기가 높지만 미성년자 흡연을 막기 위한 기술이 없다. 사회 문제가 커지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감리위원회는 6월 전자담배 판매, 유통, 제조를 금하는 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황진욱 비엔토 대표는 “세계적으로 미성년자의 전자담배 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어 기기 자체 기능으로 접근을 막는 것이 기업의 책임이라 생각해 개발하게 됐다”면서 “한국 시장의 높은 고객 요구에 부합한 제품을 개발하며 얻은 경험과 독자 기술을 통해 세계 흡연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