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가 이집트에 전자 금융결제 DNA를 접목시킨다. 이집트와 전략적 협업 관계 강화를 천명한 상황에서 미리 전자금융 인프라 노하우까지 전수, 다방면에서 손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이집트 전자금융 인프라'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을 완료했다. 이번 사업은 총 3억9000만원 규모의 예산으로 진행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사업을 수행했다. △이집트 지급결제 개선 방안 △새로운 결제 시스템 도입 방안 △관련 정책 및 규제 △인증 인프라 구축 방안 등 총 4개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금융결제원 해외사업팀과 한국은행 출신 두 명이 컨설팅을 맡았다. 이들은 이집트 지급결제 인프라 상황을 점검하고 5월 30일 카이로 현지에서 이집트 중앙은행 부총재를 만나 최종 보고회를 마쳤다. 이후 6월 말 수행자들이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지난달 KDI 심사위원회에서 보고서 적정성 등을 평가했다.
2016년 실시한 지식재산권(IP) 전략 수립 자문에 이어 전자금융까지 이집트에 다양하게 경제 발전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이번 보고서는 기재부가 이집트 관련 정책 수립에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또 향후 이집트 정부가 전자금융 인프라를 실제 구축할 때 한국 기업에 기회가 열리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KSP 사업 일환으로 전자금융 관련 컨설팅을 해 줬다. 향후 이집트가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연결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집트가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최종 결정하면 한국 기업 역시 입찰 참여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카드 결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에 카드 결제 시스템을 뛰어넘어 바로 간편결제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실제로 이집트는 2017년 2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국가결제위원회(NPC)를 신설하고 '현금 없는 사회' 조성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가 자리잡은 우리나라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전자금융 사업 등 이집트와의 경제 협력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집트 재무부 장관을 만나 개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주요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이집트가 우리나라 금융권의 새로운 개척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이 이식된 베트남에도 은행권이 대거 진출한 전례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베트남에 금융 인프라 노하우를 구축한 이후 은행권의 동남권 진출이 본격화됐다”면서 “이집트에 우리나라 금융 기업이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