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급랭하고 있다. 재고 자산은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고 중소기업 매출전망도 크게 악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엔고(高), 소비 침체 우려에다 대(對)한 수출 악화까지 겹치며 경기 후퇴가 가시화하고 있다. 설익은 경제 보복이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 생산자제품 재고지수는 116.1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전년 동기 110.9 대비 5.2포인트 상승했다. 1월 109.4이던 게 3월 115.0까지 급상승했고, 추세적으로 올랐다. 재고지수가 오르면 창고에 쌓아놓은 완제품이 더욱 늘었다는 얘기다.
영세한 중소기업 중심으로 타격이 컸다. 실제 중소기업 매출전망 업황판단지수(DI)는 지난 5~6월 각각 마이너스(-)7.9, -6.0까지 떨어졌다. 전년 동기 9.9, 7.7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체감 경기가 크게 얼어붙은 셈이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인한 수출 둔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추세는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엔고(高) 압력이 커졌다. 지난 6일 기준 달러당 엔화값은 1년 4개월 만에 105엔 중반대를 기록했다. 미·중 공방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달러를 팔고 안전 자산인 엔화를 매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엔고가 지속되면 수출 제조기업은 수출 경쟁력 악화와 환차손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미 피해는 시작됐다. 일본 대표 조선사인 일본해양연합(JMU)는 2분기 영업이익이 -4억엔(45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86억엔(981억5700만원)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에서 환차손익 등을 제외한 경상이익은 75억엔(856억2500만원)에서 -19억엔(21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 탓에 전체 수익에서 각종 비용을 차감한 당기순이익은 20억엔(22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다른 대표 조선사인 가와사키 중공업, 미츠이 E&S 홀딩스 등도 마찬가지다.
기타 주요 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이유에서 일본 대표 자동차, 전자 기업인 도요타와 소니는 올해 실적 전망치를 일찌감치 하향 조정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대한 수출 규제까지 나섰다. 한국은 소재 국산화로 맞불을 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중견·중소기업 피해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일본은 오는 10월 소비세를 기존 8%에서 10%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수출, 내수라는 경제양축이 모두 힘들어지는 상황으로 몰린 셈이다.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일본이 (수출 규제)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수록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은 커질 것”이라며 “특히 미국 용인 아래 엔저로 경제를 버텨왔는데 국제 정세 불안으로 엔고로 돌아설 경우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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