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대 한국 수출을 제한한 반도체 3대 소재 관련 특허 점유율에서 세계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기술을 지식재산으로 보호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기술 자립화 과정에서 '지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기술 확보에 앞서 특허 관련 분쟁을 회피하고 진입이 용이한 산업을 선별하는 전략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대한민국 세계특허(IP) 허브국가 추진위원회가 국회에서 개최한 '특허로 보는 일본 경제보복 대응전략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박호영 특허청 산업정책재산국장은 “일본이 지식재산권을 선점한 상황이 우리의 대응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일본은 소재부품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특허로 선점하고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등 지식재산권을 통해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특허 선점은 대체기술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고 라이선스 중단, 지재권 소송 제기 등으로 추가 공격이 가능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일본이 대 한국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 3대 소재 관련 특허 점유율은 단연 세계 수위권이다. 올해 7월 기준 포토레지스트는 65.1%, 불화수소는 33%,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은 55.3%다. 해당 품목의 우리나라 특허 점유율은 각각 9.1%, 5%, 38.4%다. 투명 폴리이미디를 제외하면 특허 양적 측면에선 사실상 경쟁이 어려운 상태다.
소재부품 관련 3극 특허(미국 유럽 일본 동시 등록) 등록수에서도 일본이 1만7391건으로 2599건에 불과한 우리나라에 크게 앞섰다.
박 국장은 “우리나라의 일본 소재부품 의존도가 높아 수출규제 공격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특허연계 기술개발(IP-R&D) 확대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핵심특허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공백기술을 찾아 선점하는 전략 등을 구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허 빅데이터 기반 미래산업 경쟁력 확보전략'을 수립하고 확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표자로 참석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지식재산 가치를 인정하고 거래하는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회장은 “평생 노력해 기술을 개발해도 고작 1000만원짜리로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기술 가치를 산정하고 인정해주지 않으면 기술혁신도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황 회장은 “공인중개소처럼 기술과 기업을 중개하고 거래하는 기술거래소와 거래사가 필요하다”면서 “기술탈취, 고의적 특허침해에 대해선 징벌적 배상을 가해 기술가치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종학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 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는 의도적으로 한국의 산업에 타격에 주기 위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정거래행위로 판정될 수 있는 문제”라면서 “경제보복 상응조치로 강제실시권을 검토할만하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강제실시권은 무역마찰 우려로 거의 시행되고 있지 않은 규정이지만 가장 강력한 특허권 보호제도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반경쟁적 사안에 대해 유연하게 적용한다”면서 “공정거래법상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한국 기업이 해당 제품의 국내생산을 위해 일본기업 특허권에 대한 소송의 우려 없이 신속하면서도 적법하게 실시할 수 있도록, 특허권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가가 통상실시권을 허락해 주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전 회장은 또 “일본의 글로벌 밸류체인의 파괴에 상응 조치로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로 인한 거래중단을 구체적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으로 특허법에 직접 규정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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