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소차 충전소 지으면 판매 미달 과징금 없다

정부가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하는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 불이행 패널티를 자동차 판매사가 전기·수소차 충전소 건설에 투자한 비용만큼 상쇄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기업이 저공해차 판매 의무량을 채우지 못해 물어야 할 과징금을 저공해차 인프라 확대 투자로 유입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과징금 지불 대신 충전소를 건설하면 자산 손실 없이 제도를 이행할 수 있다.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NEXO).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NEXO).

환경부는 내년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도입 관련해 자동차 판매사가 전기·수소차 충전소 건설로 과징금을 피할 수 있는 '크레디트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국회는 지난 3월 수도권에만 적용되던 '저공해차 의무보급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자동차 판매사가 전체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저공해차로 공급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저공해차는 전기차·수소차·태양광자동차 등 무공해차 외에도 하이브리드차, 천연가스·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도 포함된다.

환경부는 2005년 수도권에 도입된 '의무보급제'를 '보급목표제'로 전환해 전국으로 확대하고, 자동차 판매사가 수소·전기차 같은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별도로 정하도록 했다. 환경부는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저공해차 보급 목표를 이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과징금을 매기는 '페널티' 조항을 도입할 예정이다.

패널티 조항으로 보급 목표 불이행분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다음 해 신차 생산 제한 등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대당 일정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환경부는 지난 4월부터 국내 완성차 5개사를 비롯해 수입차 업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이 참여하는 실무작업반을 구성해 저공해차 보급 목표 불이행 페널티 수준을 논의하고 있다.

논의 과정에서 자동차업계가 페널티 도입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제기하자 환경부는 상쇄 크레디트 제도를 설계했다. 예를 들어 저공해차 대당 1000만원의 불이행 과징금을 받은 기업이 약 30억원이 투입되는 수소충전소를 건설하면 300대 분량의 불이행 페널티를 상쇄하는 식이다.

안성휴게소 수소충전소.
안성휴게소 수소충전소.

기업이 불이행 페널티로 과징금을 내면 손실이지만 충전소를 건설하면 회사 자산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환경부는 이와 함께 해당 연도의 저공해차 의무 보급량을 초과 달성하면 이듬해로 이월할 수 있도록 해 자동차 판매사의 제도 이행 유연성을 늘려 주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막바지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는 이달 말 세부 사항을 확정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보고하고 올해 말까지 대기환경보전법 하위법령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상쇄 크레디트 제도를 도입하면 자동차 판매사가 저공해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과징금 지불에 비해 가벼운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면서 “저공해차 보급과 관련 인프라 확대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