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주요 장비 기업 실적이 대부분 하락하며 어려움이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장비 매출 상위 15위권 기업 가운데 지난해보다 실적이 개선된 곳은 단 3개사뿐이었고, 대부분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규모로 하락했다. 세메스, 톱텍, 아이씨디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19일 본지가 국내 주요 장비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대부분의 실적이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산 장비업계 매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메스는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1576억원에서 올해 450억원 적자로 가장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대규모 설비 투자 효과로 단기간에 큰 폭으로 성장하며 주목받은 톱텍과 아이씨디는 각각 43억원, 32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적자로 전환됐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했다. 지난해 디스플레이 전방산업 투자가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반도체 사업 비중이 큰 장비 기업들이 선방했지만 올해는 디스플레이에 이어 반도체 부문도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원익IPS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4.8% 감소한 3312억원으로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은 40.3% 줄어든 406억원에 그쳤다. 유니테스트 매출은 46.2% 감소한 909억원, 영업이익은 74.9% 감소한 132억원에 각각 그쳤다. 한미반도체도 매출이 64.6% 감소한 442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의 335억원에서 올 상반기 14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됐다.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려움이 지속됐다. 중국 매출 비중이 커진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 비중이 높은 회사들의 실적 하락 폭이 더 컸다.
반면에 LG디스플레이 주요 협력사들의 실적은 개선돼 눈길을 끌었다. 탑엔지니어링, 동아엘텍, 아바코는 상위 15개 장비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했다.
탑엔지니어링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9.1%, 48.2% 성장했다. 동아엘텍 영업이익은 75.8% 늘었다. 아바코는 영업이익이 무려 127% 성장한 206억원을 달성, 상위권에 진입했다.
업계는 올 하반기부터 점차 실적 개선 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모두 중국에서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지난 2분기부터 현지 제조사들이 잇달아 굵직한 설비 투자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있어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반도체 부문도 현지에서 장비 발주가 예상되고 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투자 가능성도 있어 하반기 이후 실적 개선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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