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은 기존 경제 질서를 창조 형태로 파괴하고 혁신을 불러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을 말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탐험·모험·도전정신을 골자로 한다. 기업가정신은 사람뿐만 아니라 조직, 기업에도 해당된다. 기업가는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며,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가와 구별된다.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전환되는 비정상 환경에서는 기업가들이 만들어 내는 파격의 파괴 혁신이 큰 역할을 한다.
증기엔진에 있는 산업 가치를 재빨리 인식한 매슈 볼턴이 영국 글래스고대에서 뉴커먼의 증기엔진을 수리하고 있던 제임스 와트와 교류하기 시작한 것은 새로운 증기엔진을 발명(1769년)하기도 전인 1766년이었다. 자신이 발명한 증기엔진을 사업화하는 일에 관심이 없던 와트를 버밍엄으로 불러와 1775년 사업에 착수했다. 증기엔진 기술이 외국으로 넘어가면 국익이 크게 손상될 것이라는 청원을 의회에 넣어 특허 유효기간을 1800년까지 17년 연장했다. 철 장인인 존 윌킨슨의 도움을 받아 성능을 향상시킨 상업용 증기엔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비용을 크게 줄이기 위해 미리 만든 부품 도면으로 현지에서 부품을 제작해 설치하는 방식을 취했다. 구조가 간단한 뉴커먼의 증기엔진에 비해 값이 비싼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절약되는 석탄 값의 3분의 1을 25년 동안 지불하는 조건으로 증기엔진을 설치해 줬다. 사람들이 질이 낮은 값싼 석탄을 사용하는 바람에 수익이 줄고 일단 설치한 후에는 대금 지불을 꺼리는 문제는 있었지만 이는 와트의 증기엔진이 지닌 장점을 부각시킨 사업 모델이었다. 볼턴과 와트는 구리압연 공장, 포도주 정제공장 등 다양한 용도에 적합한 증기엔진을 만들어서 활용 영역을 넓혔다.
헨리 포드는 자동차가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임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렸다. 포드는 누구든 살 수 있는 값 싼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하고 분업을 체계화해 자동차 생산 속도를 대폭 높였다. 그러나 단순한 작업이 반복되는 가혹한 작업 조건 때문에 이탈하는 직원이 늘어나면서 회사 이미지가 손상됐다. 신입 직원 교육에 투입되는 비용도 증가했다. 포드는 임금 파격 인상, 작업 시간 단축, 주 5일 근무제 도입 등 근무 조건을 개선하는 한편 이익공유제를 실시해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했다. 고객에게는 1914년 8월 1일부터 1년 동안 30만대 이상 자동차를 팔게 될 경우 대당 40~60달러를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실제로 대당 50달러를 지불했다. 1914년 포드사는 자동차를 약 50만대 생산했다. 이는 나머지 299개 자동차 제작사 생산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었다. 값싼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했음에도 판매량이 크게 늘지 않자 마차 1대를 자동차로 대체하면 말을 먹이는 데 필요한 토지에서 2명을 부양할 수 있는 수확량을 거둘 수 있으며, 마차보다 빠르고 멀리 갈 수 있고, 말의 배설물에서 나는 악취를 없앨 수 있다는 등 창의성을 발휘한 판촉을 하게 된다.
볼턴과 포드는 자신이 풀려고 한 문제를 해결해 줄 기술을 스스로 알아보고 사업화하는데 성공했다. 쉽게 열리지 않는 새로운 시장 역시 이익을 공유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자신만의 방법으로 개척했다. 기업가정신은 사회 환경에 따라 조금씩 성격이 달랐지만 산업혁명 전환기에 필요한 기업가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기업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많이 개선된 만큼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나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이 필요로 하는 혁신 사례를 많이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한다.
다음 주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논의에서 왜 제조업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기로 한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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