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백혈구가 장기 손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내뿜는 원인을 규명, 패혈증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게 됐다.
서울대병원(원장 김연수)은 연구중심병원 프로젝트 염증·대사 유니트 김효수 교수팀이 세균 감염 시 백혈구인 호중구가 세균 박멸과 함께 독한 사이토카인을 방출해 인체에 손상을 준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이를 조절하는 기전을 규명해 패혈증 치료제 개발에 새 방향을 제시했다.
패혈증은 세균에 감염돼 온 몸에 염증이 반응이 나타나 주요 장기를 손상시킨다. 전 세계적으로 약 3000만명 환자가 발생하고 한 달 이내 사망률이 30%에 달한다. 패혈증 원인과 진행과정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했다.
감염된 세균은 백혈구 중 호중구가 죽인다. 세균을 빨리 제거하면서 인체에 손상을 입히는 사이토카인 과도한 방출을 자제해야 하는데,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게 어렵다. 세균은 죽였지만 환자가 사망하는 것이 패혈증 치료 난관이다.
패혈증 주요 원인 물질은 세균 균체 내에 함유된 독소인 '내독소'다. 연구팀은 내독소가 백혈구 사이토카인을 대량 방출해 인체를 손상하는 원인을 추적했다. 연구 결과 세균 내독소에 의해 백혈구 안의 염증매개 단백질인 'MYD88'이 팔미토일화되는 변형이 중요하다는 것을 규명했다. 팔미토일화는 단백질에 지질이 결합돼 활성이 변형되는 과정이다.
연구팀은 팔미토일화 재료인 팔미트산을 생산하는 지방산 합성 효소 억제제를 패혈증 쥐에 투여했다. 그 결과 억제제를 투여한 쥐는 복강에 감염시킨 세균이 감소하면서 쥐 생존율을 대폭 향상했다.
김효수 교수는 “패혈증에서 백혈구가 인체에 해를 끼치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불러일으키는 기전을 밝히면서 적절하게 제어하는 핵심 효소를 규명했다”면서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물질만 개발하면 체내 백혈구가 다른 부위 손상 없이 세균만 선택적으로 죽여 환자 생존을 높이는 특효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글로벌 저널인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 온라인 19일자에 게재됐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