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1~3등급 에어컨, 1~2등급 세탁기 등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2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가격의 10%를 환급받을 수 있게 된다. 대상 품목과 적용 시기, 재원 규모 등은 정부가 사회적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또 에너지효율등급 기준을 3년마다 갱신하고 중장기 목표 수준을 함께 제시해 가전 제조사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기술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소비자와 제조사간 고효율 가전제품 공급·수요를 촉진하고 에너지소비 감소를 동시에 달성하는 '선진국형 에너지 소비구조'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가전 업계도 고효율 가전 소비 진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긍정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장기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및 으뜸효율제품 환급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지원 제도 대상 품목은 △냉장고(1등급) △김치냉장고(1등급) △에어컨(1~3등급, 벽걸이는 1등급) △세탁기(1~2등급, 드럼세탁기는 1등급) △냉온수기(1등급) △전기밥솥(1등급) △진공청소기(1~3등급) △공기청정기(1등급) △TV(1등급) △제습기(1등급) 등 10개 품목이다. 모든 소비자가 지원 대상이다. 지난해 효율 등급 기준 상향 조정으로 1등급 가전이 극히 제한된 수량만 시장에 출시됐다는 점을 고려, 품목별로 으뜸효율 등급 지정이 상이하게 결정됐다.
연간 수백억대로 예상되는 재원은 한전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의무화(EERS) 자금을 통해 조달한다. 정부는 구체적인 자금조달 이행 계획을 위해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키로 했다. 목표를 제시하고 미달성 시 패널티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춘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정부는 1~2달 이내에 제조사·판매자·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3년 치 으뜸효율 가전 품목을 미리 선정키로 했다. 매년 2~5개 으뜸효율 가전 품목을 결정, 구매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시기를 감안해 제품을 고른다는 방침이다. 또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에 유리한 가전제품만 선정되지 않도록 '중립성'과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계획이다.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봄에는 공기청정기, 초여름에는 에어컨, 습도가 낮은 겨울철에는 제습기 등 제품을 대상 품목으로 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연도별 지원품목을 미리 공개하는 것은 대·중·소 제조사가 미리 고효율 가전제품 기술개발에 조기 착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올해에는 기초수급자·장애인·출산가구 등 한전복지할인 대상자에 한해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지원 제도를 시범 적용한다. 10개 품목이 모두 으뜸할인 가전제품 대상이며, 정부와 한전이 공동 마련한 3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제품 구매와 환급 신청은 이달 23일 오전 10시부터 11월 15일까지다. 환급금 정산 및 입금기간은 9월 2일부터 11월 30일까지다. 전기요금 복지할인 대상 확인증과 주민등록등본, 거래내역서, 결제영수증, 효율등급라벨 사진, 제조번호 명판사진을 지참해야 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온라인 환급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예정이며 시스템 활용이 어려운 구매자는 유통매장 등에서 대리 신청이 가능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EERS 제도를 법제화해 에너지공급 사업자가 효율향상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 제도를 통해 소비자의 고효율 제품 민감도를 제고하고 기업 기술개발을 적극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에너지소비 효율등급 제도의 기술발전 등 환경변화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효율등급 기준을 3년마다 주기적으로 갱신하고 3년(차기), 6년(차차기) 이후 중장기 목표기준을 함께 제시해 예측 가능한 기술개발 투자를 꾀한다. 또 1등급 제품 생산시설 설치를 위한 융자한도를 기존 10억원에서 최대 50억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가전 업계는 3년마다 에너지소비효율 등급기준을 갱신하는 제도 개편에 대해 긍정 평가했다.
중견 제조사 최고경영자(CEO)는 “이전에는 효율 등급 기준 변경이 불규칙해 에너지절감 기술개발 청사진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등급기준 갱신을 3년마다 정례화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며 고효율 가전 연구개발에 안정적으로 매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다른 제조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1등급 에어컨이 올해 4~5등급에 그칠 정도로 기준이 급격히 높아지는 바람에 시장에서는 1등급 제품이 사라졌다는 점을 고려, 지나치게 기준이 높으면 제품 단가가 크게 뛰고 오히려 소비자 편익은 줄어든다는 걸 두루 감안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을 방지하려면 정부와 업계가 충분히 협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