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안녕, 푸 展 Winnie the Pooh : Exploring a Classic」

‘곰돌이 푸’의 마지막 원화 전시

 

전시 「안녕, 푸 展 Winnie the Pooh : Exploring a Classic」

‘곰돌이 푸’는 ‘미키 마우스’, ‘헬로키티’ 등과 더불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대표 캐릭터 중 하나다. 사람들은 ‘곰돌이 푸’의 이미지를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늘 꿀단지를 품은 채로 어떠한 도구 없이 맨손으로 꿀을 떠먹으며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귀여운 아기곰의 모습으로 떠올리고는 한다.

하지만 그러한 ‘곰돌이 푸’의 모습은 원작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곰돌이 푸’는 영국 작가 '알렌 알렉산더 밀른'의 동화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속 모습이기 때문이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Winnie the pooh’는 1977년 세상에 선을 보인 반면 원작 동화는 그로부터 근 반세기 가까이 거슬러 올라간 1926년에 출판되었다. 사실 '알렌 알렉산더 밀른'은 풍자적인 희곡이나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을 쓰던 성인 작가였다. 그가 동화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그의 아들인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과 연관이 있다.

전시 「안녕, 푸 展 Winnie the Pooh : Exploring a Classic」

‘Winnie the pooh’의 ‘위니’는 ‘밀른’의 아들 ‘로빈’이 가지고 있던 테디 베어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실제 런던 동물원에 기증된 흑곰의 이름이기도 했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군의관으로 징집되어 군 생활을 했던 ‘해리 콜번’이라는 캐나다 중위가 전장에서 어미 잃은 아기 흑곰을 거두어 길렀고 중위의 고향인 ‘위니펙(Winnipeg)’에서 이름을 따 ‘위니’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콜번’ 중위는 ‘위니’를 계속 기를 수 없다 판단하고 그 시기에 머물렀던 런던의 동물원에 ‘위니’를 기증하였다고 한다. 아버지 ‘밀른’과 휴일마다 런던 동물원을 찾았던 ‘로빈’은 이 흑곰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때문에 자신의 테디 베어에 ‘위니’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곰돌이 푸’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밀른’은 아들 ‘로빈’의 장난감 인형들을 의인화하여 ‘Winnie the pooh’에 담아내었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크리스토퍼 로빈’도 등장한다. '어니스트 호퍼 쉐퍼드'가 동화 ‘Winnie the pooh’의 삽화를 그리게 되면서 ‘곰돌이 푸’의 친구들인 ‘티거’, ‘루’, ‘래빗’, ‘이요르’, ‘피글렛’도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전시 「안녕, 푸 展 Winnie the Pooh : Exploring a Classic」

[안녕, 푸 展]은 이와 같은 ‘곰돌이 푸’의 탄생과 성장의 과정을 원화와 스케치, 원작자의 편지, 초기 판본 등을 통해 볼 수 있게 한 아주 의미 있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V&A)'에서 처음 기획된 이 전시는 영국의 런던, 미국의 애틀랜타와 보스턴, 일본의 도쿄에서 전시되었고 다섯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다섯 번째 전시라고는 했지만 실상은 마지막 전시나 다름없다. 전시되는 원화 작품의 대다수가 개인 소장가들의 작품인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의 전시를 끝으로 원래의 주인들에게 돌아가게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다시 이러한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하니 살아생전에 ‘Winnie the pooh’의 원화를 눈으로 직접 보려면 이번 [안녕, 푸 展]의 관람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전시 「안녕, 푸 展 Winnie the Pooh : Exploring a Classic」

영국 런던에서 있었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V&A)'의 전시를 거의 그대로 재현해놓은 [안녕, 푸 展]은 최근 우리나라의 트렌디한 전시들과는 차별성을 가진다. 어렵고 무겁게 느껴졌던 기존의 전시문화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친숙한 젊은 세대들에 의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의 것으로 변화해 왔다.

문화생활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만큼 전시 관람에 대한 진입장벽 또한 낮아져 예전에 비해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찾고 있는 추세다. 대신 전시 작품의 전문성이나 진품 여부에 대한 중요성은 관람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대중들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올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인생 샷’을 건질만한 전시장을 찾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안녕, 푸 展]의 차별성은 거기에 있지 않은가 한다. 동화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곰돌이 푸’라는 캐릭터를 주제로 하고 있어 전혀 무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비주얼적인 면에만 치중한 것도 아니다. 앞에서 길게 다루었던 ‘Winnie the pooh’ 탄생 이전의 숨겨진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전시된 작품들을 하나하나 보게 된다면 아들에게 읽히고자 동화를 써 내려 간 원작자 ‘밀른’의 작가관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애니메이션 속 빨간 티셔츠의 ‘곰돌이 푸’를 상상하면서 [안녕, 푸 展]을 관람한다면 아마도 실망감이 크지 않을까 한다. 초등학교 입학 이전의 영유아 자녀와 함께 관람하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권하지 않는다. 전시된 230여 개의 작품이 대부분 A4 사이즈의 갱지에 연필로 그려진 그림이나 글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시 「안녕, 푸 展 Winnie the Pooh : Exploring a Classic」

귀엽고 알록달록한 전시일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관람하지 않기를 바라며 ‘곰돌이 푸’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엉뚱한 듯하면서도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잔잔한 매력 포인트들이 태어난 배경과 역사를 몸소 체험할 마지막 기회라 여기며 관람하기를 소망해 본다.

전시장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곰돌이 푸’의 원작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줄 수있도록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인테리어로 가득하다. 아기자기한 것들과는 거리가 멀지만 ‘곰돌이 푸’ 이야기 탄생 무렵의 담백하면서도 일상적인 요소들을 잘 옮겨왔다고 생각된다.

‘사랑’을 어떻게 쓰는 것이냐는 ‘피글렛’의 질문에 ‘사랑’은 쓰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 답하는 ‘푸’의 모습이 그려지는 전시인 [안녕, 푸 展].

‘곰돌이 푸’의 원작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랑스러운 푸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그때 그 시절의 감성으로 말미암아 지치고 상처 입은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해 볼 것을 추천한다.

전자신문 컬처B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