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피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 게임을 통해 많은 재산상 손실을 보고 삶도 피폐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게임사와 법정 다툼을 벌였다. 재판부는 피해를 인정해 게임사와 합의하도록 조치했다. 배상을 받았다. 게임사가 중독 피해를 인정했기 때문에 배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가 이런 얘기를 하고 다니면 어느새 중년 여성들이 나타나 응원한다. 게임사가 사회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서 학부모 마음으로 아이를 지키기 위해 게임사를 대상으로 이들 여성들과 함께 투쟁을 다짐한다. 학부모 단체와 게임 피해자가 한배를 타는 광경이 벌어진다.
학부모 단체는 게임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게임사가 책임을 회피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게임 순기능과 함께 게임으로 인해 긍정 효과가 발생하는 사례를 들어준다. 게임 자체가 문제냐고 반문하면 그들은 게임사 앞잡이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게임을 제약하는 행위는 대체로 개인 기본권보다 안정과 통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가에서 나타난다. 종교 원리주의 국가나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 중국을 대표로 들 수 있다.
문화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서구권은 통제보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한다. 게임 규제는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지만 규제 방향은 사행성 부분에 집중된다.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요소를 따로 분류해 도박 범주에서 규제를 준비한다.
한국은 게임에 대한 사회 논의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제야 진통을 겪고 있다. 게임이용장애가 여론전 양상을 띤다. 소모전으로 꼬이고 있다.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정신의학계와 게임산업계가 벌인 토론은 잊혀졌다.
게임 피해자라고 주장한 사람이 즐긴 게임은 '맞고'와 '포커'로 알려졌다. 대중이 이해하는 게임,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국면에서 주로 다뤄지는 게임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그는 성인이다. 자신의 결정으로 말미암은 결과를 게임 산업 문제라고 호도하는 건 비약이다.
국무조정실에서 민관협의체를 꾸려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무원, 교수, 전문가들이 중지를 모으는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엉뚱한 논거로 목소리를 높여서 의견이 반영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