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의사의 길을 걸었지만 지금은 과학자가 된 인물이 있다. 이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미래의학부 책임연구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 책임은 현재 '인공지능(AI) 한의사' 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 분야인 AI 관련 업무를 맡고 있지만, 그는 본래 한의사였다.
그는 대학시절에도 한의학을 전공했다. 과거 텔레비전 드라마인 '동의보감'에서 본 한의학의 과학적인 처방, 치료에 반했기 때문이다.
그는 “드라마에서 탕약이 쏟아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허준이 '다시 약을 준비할까요'라고 묻는 의녀에게 '시간이 다르고 환자 상태가 달라졌으니 다른 약을 준비하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있었다”면서 “당시 이런 부분에 깊은 감명을 받아 한의학 연구에 뜻을 품게 됐다”고 밝혔다.
한의학에 대한 그의 열망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임상을 알지 못한다면 진정한 한의학을 알지 못한다는 생각에 3년간 실제 한의사로 활동하기까지 했다. 당초 현장 경험을 쌓은 뒤 학교로 돌아가 교편을 잡을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게 접한 것이 '기계학습'이었다. 이 책임은 기계학습 메커니즘이 한의학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의학은 임상의가 수많은 임상 사례를 통해 기존 치료방법을 개선시키는 과정에서 발전한다”며 “수십~수백만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 패턴을 찾는 기계학습은 한의학 연구와 본질적으로 닮아 있다”고 말했다. AI를 한의학과 연결한다면, 그동안 오랜 기간 이어온 한의학 발전보다 더 큰 성과를 단시간에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내 한의학연에 들어와 다시금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에는 연구역량을 인정받아 '차세대 한림원 멤버'로도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책임은 지난해부터 AI 한의사 개발에 힘쓰고 있다. 2022년 1단계 베타서비스 개발이 목표다. 우선 한의학에 기반한 환자 빅데이터를 계속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틀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다학제 연구'의 대표사례다.
이 책임은 앞으로 자신과 같이 여러 학문을 융합하는 후배 과학자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 스스로도 자신의 학문 배경이 한의공학, 생물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고 소개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어느 한 분야에 '정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른 영역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야 한다”며 “자기 분야에 정통할 때 또 다른 분야로의 길도 함께 열린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