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이 장악한 야구공 궤적추적 기반 야구 중계 시장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야구공에 더해 타구와 타구를 쫓는 야수 움직임을 실시간 보여주는 시스템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다.
국내 스타트업 비전소프트(대표 이희덕)가 개발을 맡았다. 이 시스템은 야구공이 배트에 맞아 날아가는 순간 카메라가 동작, 공 궤적을 쫓는다. 타구 낙하지점까지 자동 추적한다. 정확한 타구 궤적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려 중계화면에 실시간 띄울 수 있다. 기존에는 야구공이 공중에 뜨면 타구 속도를 계산, 낙하지점을 예측해 보여줬다.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비전소프트는 비슷한 방식으로 야수 움직임도 중계화면에 표현한다. 타구에 대한 야수들 반응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방송 중계 시 해설 보조 자료나 녹화 방송 하이라이트 제작 과정에도 활용된다.
타자가 친 공이 야수 글로브에 들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 안팎이다. 짧은 순간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안방에서 야구경기 보는 재미를 한층 높일 목표다. 이희덕 비전소프트 대표는 “내년 프로야구 시즌에 도입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대만 시장에 진출,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3차원 투구 궤적 추적 시스템 '다이아몬드 3D'를 개발했다.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 미트 속으로 들어갈 때까지의 이동 경로를 나타낸다. 야구 경기 내내 모든 공 궤적을 실시간 보여준다.
구단용 전력 분석 시스템도 출시했다. 투수 경기력을 측정할 수 있다. 릴리즈 포인트를 포함해 투구 변화율, 속도 등을 데이터로 제시한다. 타자 훈련용 가상현실(VR) 시스템 구축에 쓰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던 투구 추적 시스템을 국산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미국의 스포츠비전을 비롯해 트랙맨 두 회사가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세계 야구공 궤적 추적 시스템 시장 규모는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기능적으로는 외산보다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드웨어 성능을 극대화하는 자체 개발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투구 전체 경로를 애니메이션으로 실시간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이다. 공 경로에 따라 구질 감상에 최적화된 각을 찾아내는 기능도 갖췄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기술 개발에 힘을 보탠다. 비전소프트은 지난해 6월과 최근 두 차례 연속 '창업 성장 기술개발 사업'에 선정됐다. 과제명은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야구경기 동영상 콘텐츠 제작 솔루션' '영상 촬영 로봇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실시간 무인 다중객체 추적 스포츠 중계 시스템 개발'이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