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업계 반발로 보류한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의 두번째 수정안을 마련했다. 앞서 1차 수정안은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은 유지하지만 '대여금' 항목은 제외하고 '동일시점 동일가격 판매' 규정을 완화한 것이 핵심이었다. 이번 수정안에서는 '주류 도매상의 금품수취 금지' 규정을 신설해 사실상 '쌍벌제'를 가능하도록 했다. '동일시점, 동일가격 판매' 조항을 철회한 것도 특징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같은 내용을 주류 업계 및 협회에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26, 27일 각각 간담회를 진행했다. 해당 간담회는 한국주류산업협회, 한국주류수입협회,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다수의 협회가 참석해 정보를 공유했다.
국세청은 이를 토대로 최종 개정안을 마련한 뒤 내달 2일 행정예고 할 계획이다. 20일 간 행정예고 기간이 끝난 뒤 관련 절차를 밟은 후 고시를 발령한다.
최종안이 될 것으로 유력한 두번째 수정안에는 그동안 처벌 규정에서 제외됐던 주류 도매상을 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동안 불법 리베이트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던 도매상까지 포함되며 자연스럽게 '리베이트 쌍벌제'가 가능하게 됐다.
쌍벌제 도입 등 거친 표현보다 '주류 거래와 관련한 금품 등 수수 금지' 규정은 제도 취지와 운영상의 문제점 등을 고려해 현행을 유지하면서도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양쪽다 처벌 가능하도록 했다. 해당 규정 신설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던 이들에 대한 형평성을 맞추고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특히 국세청은 금품 제공과 무자료 거래 조장 등 주류거래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활동 및 규제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주류업체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던 '동일시점, 동일지위, 동일가격 판매'에 대한 규정은 철회됐다. 가격 규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으나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대형마트, 편의점 등 다양한 판매처에서 현실적으로 가격을 규제하기 힘든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로써 주류회사는 자율적으로 가격 선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변칙적 리베이트 제공 등 불법이 아닌 경우 다양한 가격정책을 펼칠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된 것이다. 다만 주류의 경우 세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특성상 가격 선정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특정 판매처에 대한 할인 및 에누리를 제공하는 방법은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의 가격 불신과 주류거래질서를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허용되는 금품의 범위도 확대된다. 전자태그(RFID )적용 주류거래와 관련해 도매중개업자의 경우 당해년도에 거래한 공급가액의 1%, 유흥음식업자에게는 3% 범위 안에서 금품 제공이 가능하다. 다만 소주와 맥주 등 RFID가 적용되지 않은 주류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밖에 시음주는 소주와 맥주는 각각 3만6000병, RFID 적용 위스키와 기타주류는 1800병, 그외 기타 주류는 1만8000병 제공 가능하다. 쇼케이스(냉장고), 생맥주 추출기 등 주류판매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장비에 대해서는 유흥업소에 한해 제공 가능하며 병 따개, 술잔 등 광고 선전용 소모품의 5000원 한도가액이 폐지됐다. 다만 상품 로고 또는 상품명이 표시돼 업체명이 확인되어야 하며 주류 사용에 직접 사용되는 소모품에 한한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