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발효하면서 추가 수출 규제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일본 언론을 통해 언급됐던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이 대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다만 일본 정부가 국제 여론 등을 고려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시점인 오는 11월까지 상황을 관측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2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하면서 추가 수출 제한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시행세칙에 해당하는 포괄허가 취급요령도 개정 발표했다.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추가 수출 규제를 단행하려면 포괄허가 취급요령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향한 수출 규제 제한 법 근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일본 정부 추가 수출 규제 대상으로는 공작기계, 탄소섬유 등이 거론된다. 지난달 NHK 등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공작기계와 탄소섬유를 추가 수출 제한 품목으로 거론한 바 있다. 이중 공작기계는 일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출 제한 시 타격이 큰 분야로 꼽힌다. 제조업은 생태계와도 직접 연관된 분야여서 수출 제한 시 우리나라 제조업이 내상을 입을 수 있다.
다만 최근 격화되는 국제 정세를 감안하면 일본이 '보복'으로 비치는 추가 수출 규제 조치를 당장 시행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선언했지만 재협상 가능성도 내비쳤기 때문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11월 23일까지 유효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7일 “일본 정부가 부당 조치를 원상회복하면 지소미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이 격화되는 등 국제 정세를 감안하면 일본이 수출 규제를 당장 단행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한일 간 협상이 잘 안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실제 파기까지 갈 때를 대비해 (추가 수출 규제를)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위한 수출 규제를 위해 '명분'을 만드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출 규제 제한시 안보상 위협이 되거나 군사물자로 전용될 가능성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영해 전략물자관리원 정책협력실장은 26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산업연구원 세미나에서 “일본 전략물자 관리 리스트 중 (수출금지 품목이 아니더라도 수출을 통제할 수 있는) '캐치올' 제도에 위압감을 많이 느끼지만 기본적으로 캐치올 제도를 적용할 때에는 일본 정부에서 통보하거나 일본 수출기업이 우리나라 수입자의 전용 의도를 사전에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
변상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