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술 자립화가 시급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에 3년 동안 5조원을 집중 투입한다. 민·관 공동의 '소재·부품·장비 기술 특별위원회'를 꾸려서 R&D 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사전 검토한다. 핵심 품목의 R&D 예산은 지출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일몰을 면제한다. '패스트트랙'(정책 지정) 근거를 제도화하는 등 일본 수출 규제에 맞서 R&D 속도전을 전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일 이낙연 총리 주재로 열린 일본 수출 규제 대응 확대 관계장관회의 겸 제7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 전략 및 혁신대책'을 확정했다.
정부가 지난 5일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의 일환으로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연계 정책이다. R&D로 핵심 품목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원천 기술을 선점하는 전략을 담았다.
정부는 일본의 대 한국 수출 제한이 우려되는 핵심 품목을 분석한다. 지난달부터 관계부처 공동으로 추진해 온 '100+α개' 핵심 품목 진단에 이어 1000여개 일본 수출 규제 품목 분석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한다.
핵심 품목 R&D는 성과 창출에 속도를 낸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5조원 이상을 관련 R&D에 투자한다. 시급을 요하는 소재·부품·장비 사업 예타는 예외적으로 경제성 평가를 비용효과(E/C) 분석으로 대체한다. 사업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종합평가에는 현장 전문가가 다수 참여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신속한 R&D를 위해 패스트트랙 과제 추진 근거를 제도화한다.
핵심 품목 사업 예산은 안정적 지원을 위해 지출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일몰 관리를 면제한다. 수요 기업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연구비 매칭 비중을 중소기업 수준으로 낮춰 적용한다.
소재부품 R&D 전담 컨트롤타워도 세운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 소속으로 핵심 품목 관리를 총괄하는 민·관 공동 소재·부품·장비 기술 특위를 설치한다. 특위는 핵심 품목 목록화와 R&D 정책 수립을 지원한다. 예타 면제 조치를 받을 수 있는 핵심 품목 사업에 대한 사전 검토·심의를 한다. 위원장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 공동 위원장 체제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기술 수준과 수입 다변화 가능성을 기준으로 맞춤형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 국내 기술 수준과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짙은 핵심 품목은 글로벌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국내 기술 수준은 낮지만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짙은 핵심 품목은 단기적으로는 대체품의 조기 공정 투입을 지원하고, 중장기로는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한다.
국내 기술 수준과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모두 낮은 핵심 품목은 기존 공급망을 뛰어넘을 수 있는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 우리 주도의 새로운 공급망 창출에 주력한다. 국내 기술 수준은 높지만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낮은 핵심 품목은 공급 기업과 수요 기업이 협업하는 상용화 R&D를 중점 지원한다.
김성수 과기혁신본부장은 “품목에 따라 시급을 요하는 것은 단기간 집중 투자, 성과를 조기에 달성할 계획”이라면서 “다만 차세대 기술,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미래 소재 기술 등은 긴호흡으로 R&D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대책은 연구계, 산업계 등 현장 의견을 수렴해 이를 중시으로 수립했다”면서 “주력산업의 펀더멘탈을 강화하고 관련 산업 R&D의 틈새가 생기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
이경민기자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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