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면제받은 1호 창업 교수가 됐습니다. 대학의 배려 덕분에 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고려대 로봇융합관에서 만난 도락주 티랩스 대표는 강의 준비가 아닌 '티랩스' 기술 개발에 바쁜 모습이었다.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였던 도 대표는 2017년 3월 3차원 공간을 현실 그대로 스캔하는 'VR 공간 지도' 모델링 전문 기업인 티랩스를 창업했다.
도 대표는 창업 이후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와 회사 대표를 병행하다 지난해 말부터 공과대학에서 융합연구원으로 소속이 바뀌면서 강의를 면제받았다. 강의 준비와 기업 운영을 병행하는 강행군을 하다 기업 운영과 기술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됐다.
고려대 융합연구원은 기술력 있는 교수 창업도 융복합 연구에 속한다고 판단, 도 교수 영입을 추진했다. 융합연구원은 융복합 연구를 통해 연구역량을 제고하고,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융합연구원 소속 교원은 강의를 면제받는다.
도 대표는 “융합대학원에서 나를 영입하고 싶다고 공과대학에 요청했고, 공과대학에서도 심의를 거쳤다”며 “대학 본부에서 최종 심의를 한 뒤 인사 발령을 냈다”고 설명했다.
도 대표는 2년간 융합연구원 소속이다. 그는 “수업을 안 하는 만큼 월급은 감면되지만 기업 운영과 개발에 몰두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도 대표는 교수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학 차원의 지원이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수 창업의 특징은 정말 새로운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며 “국내에도 글로벌 기술을 선도하는 많은 교수가 있지만, 대부분 논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이는 기술 개발에만 몰두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창업한 교수도 기존 강의 시간을 채우며 논문을 써야 한다.
도 대표는 “농구를 예로 들자면 덩크슛이 정말 뛰어난 선수가 있다면 세계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농구할 수 있는 운동장을 제공하고, 생계 문제를 걱정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 대표는 창업 의지를 가진 교수가 다른 걱정없이 전념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교수 창업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티랩스가 개발한 'TeeVR'는 언제, 어느 곳이든 눈으로 직접 보는 것 같은 가상 현실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자체 개발한 로봇 스캐너로 실제 실내 환경을 스캔한 뒤 웹 등의 환경에서 생생한 3차원 지도를 제공한다. 티랩스가 보유한 국내외 특허수는 43개에 달한다.
도 대표는 “학교가 교수창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만큼 열심히 연구해 TeeVR 기술을 접목시킨 3D 실감 실내 지도 분야에서 새로운 장을 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