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 시대 과제다. 저성장·저고용에 빠진 대한민국 경제를 회복시킬 구원투수로, 혁신 아이디어로 미래 먹거리의 씨앗을 만드는 것이 창업 기업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창업 기업을 시장에 뿌리내리게 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주목받고 있다.
경제 활황기라면 기업이 알아서 생산이나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고용도 확대한다. 그러나 그 반대라면 당연히 기업은 체력 비축을 위해 여러모로 보수성을 띠는 정책을 취하게 된다. 기업이 움츠려든 순간 투자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흔들린다. 경제는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다.
전통 방법이라면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서 대규모 재정을 투입,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나 복지 확대 등 정책을 취할 것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런 고루한 방법만으론 부족하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정부의 갈증을 메꿔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창업'뿐이다. 혁신 아이디어를 토대로 이전과는 다른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려는 노력은 현재보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활성화돼야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창업'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그동안 상당히 노력했다. 최근 3년 동안 창업자금으로 정부가 쏟아 부은 자금만 100조원이 넘는다. 창업사관학교 등 '창업교육'도 전 연령대에서 이뤄지고 있다. 올해는 창업 투자 세제 혜택을 확대, 시중 유동자금이 창업 시장으로 흘러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만으로 두 주먹 불끈 쥐고 시작했지만 창업 기업에 현실이라는 벽은 높다. 창업 기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초기자금, 업무보강, 마케팅, 멘토링 등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액셀러레이터'다.
우리나라 액셀러레이터는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에 따라 등록한 전문 회사 및 기관이다. 지난 2016년에 제도화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제1호 액셀러레이터 등록 이후 올해 8월 기준으로 192개사가 등록됐다. 이들의 투자자금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133개 창업 기업에 163억원, 2018년에는 405개 기업에 491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139개 기업에 205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런 액셀러레이터의 외연 성장을 토대로 창업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창업-성장-회수-재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민간 영역에서의 핵심은 회수 시장 활성화에 있을 것이다. 회수 시장은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IPO가 주된 회수 방식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모든 창업기업이 그럴게 될 수는 없다. 오히려 M&A를 통한 기술에 기술을 더하고, 창업자는 또 다른 도전을 통해 시장의 혁신성을 높일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도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투자 산업으로서 액셀러레이터를 전문 영역으로 인정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 역량 강화를 위해서 등록 이후 활동 이력 신고, 전문성 제고를 위한 보수교육 등 꾸준한 전문 활동으로 평가받는 기관이 될 수 있는 정책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공공 액셀러레이터(창조센터, 대학기술지주 등)와 민간 액셀러레이터 간 역할 구분을 통한 시너지 창출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 몫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벤처투자 활성화를 제도로 뒷받침하기 위한 '벤처투자촉진법'을 제출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액셀러레이터의 역할 역시 커질 수 있다. 현행법 상 액셀러레이터는 개인투자조합 형태만 허용된다. 벤처투자촉진법이 통과되면 벤처투자조합 결성이 가능해 적시에 규모 있는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등록 후 3년이 지난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도 가능해진다.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 같은 제도 개선이 될 수 있다.
제2벤처 붐을 일으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창업'의 양 증가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업 3년 후 생존율 40%의 대한민국이 벤처 강국으로 되기 위해서는 창업 기업을 위해 존재하며, 이들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kky67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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