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소매, 숙박 및 음식 업종의 대출이 사상 최대치로 늘어났다. 불경기에 음식점 창업이 몰린 데다 최저임금 상승이 더해진 탓이다. 제조업 불황으로 설비투자에 필요한 기업대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6월 말 산업대출 잔액은 전분기보다 22조2000억원 늘어난 116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7.4%로, 2009년 2분기 9.6% 이후 가장 높았다.
업종별로 서비스업 대출금이 16조2000억원 불었다. 서비스업 가운데 도·소매, 숙박 및 음식점업 대출 전분기 대비 증가 폭이 7조8000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8년 1분기 이후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전년 동기 증가율(12.0%)도 통계 집계 이래 정점을 찍었다.
한은은 불경기에 진입장벽이 낮은 음식점이나 소매상으로 창업이 몰린 데다 인건비를 위한 대출 수요도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2분기 새로 생긴 도소매·숙박 및 음식점업 법인 수는 6342개로 1분기(5980개)보다 증가했다.
서비스업 중 부동산업 대출은 6조9000억원 늘었다. 1분기(3조5000억원)의 2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서비스업 대출 용도별로 운전자금 대출이 2분기 11조원 증가했다. 증가폭이 전분기(4조8000억원)에 비해 크게 커졌다. 운전자금은 인건비와 자료비 등 사업장을 운영하는 데 쓰이는 비용이다.
한은 관계자는 “도·소매 및 숙박·음식점업과 부동산 임대업이 서비스업 운전자금 증가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반면, 시설 투자와 관련성이 높은 시설자금 대출 증가 폭은 5조2000억원에 그쳤다.
제조업 대출은 4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비스업과 달리 1분기(6조5000억원)보다 줄었다. 그 중 제조업 운전자금은 3조5000억원, 시설자금은 5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한은은 업황 부진에 기업이 대출을 받아 가면서까지 투자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진단했다.
건설업 대출은 1000억원 증가해 1분기 2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대폭 감소했다.
전체 산업대출 가운데 운전자금은 15조3000억원, 시설자금은 6조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건비 등을 위한 운전자금 대출이 더 빨리 늘어나며 전체 산업별 대출금 가운데 시설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2.3%로 1분기(42.5%)보다 0.2%p 하락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