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든 중국이든 우리나라 제품 많이 사면 친구 아닌가요?”
주대철 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조합) 이사장은 '흑묘백묘론'을 거론하며 방송통신 업계가 처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중소 방송통신 장비 기업을 구성원으로 하는 조합은 국내 매출 부진과 수출 절벽 이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간 경제전쟁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뇌가 엿보였다.
주 이사장은 “미국·일본만 봐서는 국내 방송통신 업계가 살아남기 어렵다”며 “중국, 캐나다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는 세계 최고 통신장비 기업 가운데 하나로, 우리가 적대시할 이유가 없다”면서 “화웨이와 국내 중소기업이 협력해 기술을 개발하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 상호 이익”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화웨이와 접촉하고 구체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캐나다 '칼룸(kaloom)'과도 협정을 맺고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주 이사장은 국내에서 외면 받던 기술이 중국 대기업 눈에 띄어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방송통신 장비 국산화율에 대해서는 특히 공공부문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동통신사 국산 장비 구매율이 73%(무선장비 기준)에 이르는 반면, 공공부문 국산화율은 28%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이사장은 “공공기관 방송 통신 장비 구매 담당자 인식이 아쉽다”면서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고 국산 장비를 안 쓰려고 한다.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제시해 중소기업 진입을 막는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가 국산 중소기업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누가 사용하냐”며 반문하며 “공공부문 국산장비 의무구매비율을 높이고 국산 장비를 많이 구매한 담당자에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6월 중소기업중앙회 제주 행사에서 중소벤처 전용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약속을 환영하며 “중소기업 장비를 많이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합은 7월 1일 부설연구소를 개소하고 회원사 지원에 착수했다. 4차 산업혁명 융합 추세에 회원사가 적응할 수 있도록 전문 연구 역량을 지원하고, 새로운 기술기준에 맞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최신 정보도 제공할 방침이다.
주 이사장은 “해외 대비 기술우위를 확보하기도 전에 시장이 개방돼 중소 장비 업계는 설 자리가 없다. 4차 산업혁명 대비도 힘들다”면서 “조합 부설연구소가 개별 회원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사진= 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