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태풍의 핵 '인터넷 상호접속'

[이슈분석]태풍의 핵 '인터넷 상호접속'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사업자별 인터넷 상호접속 수입 추이

인터넷 상호접속 제도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전례없는 관심이 집중되며 인터넷 상호접속 제도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국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인터넷 상호접속 때문에 망 이용대가 부담이 늘었다'고 주장한 게 계기가 됐다. 국내외 CP는 '과거 무정산 시절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호접속제도 도입과 개정 배경 등을 살펴보고 '과거 회귀'가 최선인 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인터넷 상호접속 제도에 대한 갑론을박을 차치하더라도 통신사업자(ISP)가 망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CP는 망 이용대가 부담을 줄이는 합리적 대안이 절실하다.

◇인터넷 상호접속제도, 인터넷 질서 회복 위한 조치

옛 정보통신부는 2004년 전기통신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며 인터넷접속역무(초고속인터넷)를 부가통신에서 기간통신역무로 변경하고, 연말 전기통신설비 상호접속기준 고시를 만들었다.

초고속인터넷이 기간통신역무가 돼 상호접속도 기간통신역무가 됐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상호접속을 규제체계에 편입한 과감한 조치였다.

당시 인터넷 도매 시장은 무질서 자체였다. 정부 규제가 없는 부가통신시장이었으므로 인터넷망과 가입자가 많은 선발 사업자 횡포가 만연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당시 접속 거부, 접속용량 증설 지연, 접속회선과 중계접속서비스 끼워팔기, 풀 라우팅 제한, 상호접속협정 투명성 부족 등 이슈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혼탁했다'는 의미다.

상호접속제도가 도입돼 심각한 불공정 행위는 줄었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덩치가 큰 사업자를 묶은 1계위 사업자 간 접속료 정산 방식이 문제 원인이었다.

1계위인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간에는 트래픽이 얼마가 흐르든 상호 무정산했다. 이는 접속 상대 망을 무임승차할 수 있다는 의미였으므로, ISP는 앞다퉈 CP 모집에 열을 올렸다. 접속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을 사실상 '0원'으로 인식한 통신3사는 CP를 유치하기만 하면 무조건 이익이라는 생각을 했다.

터무니없는 망 이용대가가 가능해진 시절로, CP가 '무정산 시절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이유다. 그러나 접속 상대측은 수익 없이 비용만 부담해야 했고, 이같은 방식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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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인터넷 상호접속고시 시행

옛 미래창조과학부는 2014년 7월 상호접속기준 고시를 개정하고 2016년 1월 시행함으로써 2005년 이후 10년간 지속된 상호접속제도 문제점을 개선했다.

가장 큰 변화는 1계위 간 상호 무정산을 상호정산으로 변경하고, 트래픽 기반 정산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정확한 접속료 정산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제도를 바꾼 배경에는 '망 원가 회수 어려움'이 자리한다. 소매에서 트래픽과 무관하게 돈을 내는 정액제 요금이 뿌리를 내린 한편, 도매마저 상호 무정산 구조라 망 투자비 회수가 점점 어려워졌다. 접속료 정산이 실제 트래픽량이 아닌 용량기반으로 이뤄진 것도 원인 중 하나였다.

2015년 이전 인터넷 상호접속 시장이 혼탁해지면서 약관 대비 80% 이상 할인이 이뤄지는 비정상적 상황이 계속됐다. 상호접속고시 개정을 위한 정부 연구결과 자료를 보면 트래픽 약 23만테라바이트(TB)를 전국으로 흘려보내기 위해서는 약 3조4000억원(2014년 기준)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용을 가입자 요금으로도, 접속료로도, CP 망 이용대가로도 회수할 수 없는 난제에 직면한 것이다.

2016년 상호접속고시가 변경돼 ISP가 망 투자비 회수 문제를 해결한 건 아니다. 아직까지 그런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2015년 978억원이던 인터넷 상호접속 수익이 2016년 갑자기 3269억원으로 증가하자 마치 투자비 회수가 이뤄지는 것처럼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무정산하던 것을 상호정산하면서 생긴 '착시현상'에 가깝다.

총액은 커졌지만 실제 더하고 빼면 남는 돈은 얼마 안된다. 그동안 전용회선 통계로 잡히던 SK텔레콤 무선인터넷 트래픽이 상호접속 통계로 잡힌 것도 일부 영향이 있다.

상호접속고시를 2015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문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1계위 ISP 간 무정산 구조가 계속되면 결국 망 이용대가는 0원에 가깝게 수렴된다. CP가 이 같은 상황을 원하는 것인지 진지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 이처럼 합리적인 트래픽 정산 방법이 없으면 국내 인터넷 트래픽 40% 이상을 점유하는 해외 CP 무임승차 또는 헐값승차를 견제할 장치가 거의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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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망 이용대가 올랐는가

2016년 시행한 신 상호접속고시가 논란이 되는 것은 상호정산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자 ISP가 CP에 전가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국내외 CP는 상호정산 영향으로 향후 망 이용대가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페이스북이 비용 전가를 이유로 접속경로를 변경한 사건 이후 논란은 증폭됐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검토할 측면이 있다. 우선 CP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했다는 통계는 망 이용대가가 2016년 이후 올랐는지 검증이 어렵다. 2015년 이전 특정 시점을 100으로 간주하고 2016년 이후 105나 110이 됐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어떤 CP가 어떤 이유로 얼마가 올랐는지를 파악할 길이 없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계만으로는 상호접속고시와 망 이용대가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망 이용대가 현황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인터넷 전용회선시장' 통계도 2016년 이후 망 이용대가가 증가했다는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인터넷 전용회선시장 규모는 2015년 4563억원에서 2017년 4065억원으로 감소했다. 통계에 포함되던 SK텔레콤 무선인터넷 처리비용이 2016년부터 제외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규모가 100억원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세에 큰 영향이 없다.

망 이용대가의 원가 역할을 하는 상호접속료 계산 방식을 보면 망 이용대가가 급등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도 있다. 즉, 접속요율은 망원가를 트래픽으로 나눈 것인데, 트래픽이 늘면 접속요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접속요율(동일계위 직접접속 기준)은 2016년 TB당 3만1910원에서 2019년 2만2189원으로 3년 만에 30.5% 떨어졌다.

그럼에도 중소 CP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자 통신사는 중소 CP 망 이용대가 부담을 줄여줄 확실한 대안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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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