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가락처럼 가늘고 말랑말랑한 손가락을 가진 로봇이 개발됐다. 상처 입기 쉬운 살갗을 가진 심해(深海) 생물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목적으로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최근 미국 뉴욕시립대학교의 해양 생물학자 데이비드 그루버와 그의 팀원들은 심해 해양 생물에 상해를 입히지 않고도 관찰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로봇 몸체에 국수가락처럼 가늘면서 유연한 여섯 개 손가락을 달았다.
로봇 손가락은 얇은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졌다. 손가락 안쪽은 단단한 나노 섬유로 구성돼 있다. 매스 실린더 모양처럼 손가락 내부는 텅 비어있다. 모두 손가락 모양을 제어할 때 쓰인다.
유연한 여섯 개 손가락은 해양 생물을 관찰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해파리 등 생물의 피부가 얇고 약한 생물이 로봇 안으로 들어오면, 손가락들을 오므려 물고기를 감싼다.
관찰이 끝나면 구부렸던 손가락을 다시 펴서 방생한다. 연구진은 “물고기를 로봇 안으로 감쌀 때 발생하는 압력은 사람 눈꺼풀이 눈에 가하는 압력 10분의 1 수준일 만큼 미세하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일부 생물이 로봇 안으로 들어왔을 때 받는 스트레스도 고려했다. 손의 무게를 최소화하고, 손가락을 굽힐 때 알맞은 각도와 속도를 찾아냈다.
데이비드 그루버 박사는 “해양 생물학자들이 동물을 연구할 때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점이 아쉬웠다”면서 “동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해양 탐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이 로봇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