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대학 간 불합리한 연구개발계약은 개별 대학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대학의 산학협력단이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공동으로 문제를 제기해 불공정한 계약조항을 고쳐야 합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대학이 당분간 신규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대학과 기업이 모여 상생할 수 있는 개선방향을 찾아나가자고 제안했다.
권 회장은 “대학의 산학협력단이 신규과제 계약이 생길 때마다 해당 기업 법무팀과 협의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풀 수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산업체는 타 대학의 계약사례를 비교하며 불리한 조건을 풀어주지 않는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다.
그는 국내 대학과 기업 간 연구개발계약은 정부 계약 조건과 비교해도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정부 R&D계약은 공동연구관리 규정에 따라 부처별로 연구과제 규정이 있으며, 이에 따른 표준 연구협약 계약서 내용에 근거해 체결한다”고 말했다. 표준 연구 협약서는 임의적인 조항 항목이 수정 변경 등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 연구개발의 경우에는 연구결과로 나온 지식재산권은 연구기관 소유로 하고 지식재산권으로 발생한 특허료는 일정비율의 기술료를 책정하여 연구비 지원 부처에 납부한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미국의 경우 산학연구과제 결과물은 100% 연구기관 소유라고 전했다. 그는 “기업은 우선통상실시권을 갖는다”며 “독점실시권을 갖기 위해서는 계약서에 명시된 규정과 협의에 따라서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대학에 지불해야 하며, 대학은 계약서에 명기된 우선통상실시권의 조건에 따라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실시권은 여러 사람이 특허권을 이용하여 제품 등을 만들 수 있는 권리다.
권 회장은 미국에서는 대학이 최선을 다해 연구에 매진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대학 연구진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좋은 연구결과를 획득하면 대학에도 인센티브가 있고, 산업체는 우수한 연구결과물을 적용할 수 있다”며 산업체와 대학의 '윈윈' 관계가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도 궁극적으로는 미국처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권 회장은 주장했다. 그는 “대학 산학협력단과 기업이 모여서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을 찾고, 점진적으로 현 상황을 개선해나가는 것”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산업체와 대학이 서로 간에 신뢰를 가지고 공정한 계약관계를 통해 산학협력을 추진한다면 지금보다 상생할 수 있다”면서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