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입제도 재검토 지시로 교육계가 야단났다. 문 대통령은 지금 대입 제도가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며 재검토를 주문했다. 교육부는 동남아 정상 순방에 동행하고 있는 유은혜 부총리가 귀국하는 대로 내부 논의를 시작한다. 이에 앞서 실무자들은 2일 긴급회의를 열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 대학과 대학원 입시 과정에서 특혜나 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상처가 됐다는 것을 청와대도 자각한 듯하다.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절박함은 이해된다.
그러나 조 후보자 문제로 말미암아 대통령이 지시하고, 이에 따라 대입제도를 개편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지난해 공론화까지 거치면서 정시 30% 권고로 2022학년도 대입 제도를 개편한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수능 절대평가 전환 공약에 맞춰 제도를 바꾸려 하다 보니 지금 고등학생은 1·2·3학년이 모두 다른 형태의 수능을 치르게 됐다.
제도를 한 번 바꿀 때마다 교사와 학부모·학생은 혼란을 겪는다. 혼란은 곧 입시 전문가에 대한 의존으로 이어진다. 새 정부는 매번 수능제도에 손을 댔다. 수능 제도가 바뀌는 동안 공교육은 대응하지 못했다. 학생은 학원과 입시전문가를 찾았다. 새로운 대입 제도 자체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됐다.
또 한 번의 섣부른 개편은 청년에게서 다시 기회를 빼앗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노력 여부와 별개다. 일부에게만 제한된 정보와 '그들만의 리그' 문제지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예서조차 다섯 살 때부터 서울대 의대만을 바라보며 스펙(구직에 필요한 자격이나 경험치) 쌓기에 매진하지 않았나.
조 후보자가 자녀 입시 의혹에 내놓은 해명과 그를 두둔하는 인사들의 발언은 서민 및 청년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 차라리 특혜라면 개인 문제가 되지만 정당한 제도에 기댄 것이었다면 대다수 일반인에게는 제도 자체가 가혹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된다.
12년 전 벌어진 일에 쏟아진 비난 때문에 지금 다시 '제도 개선-사교육'이라는 악순환의 굴레를 질 것인가. 공교육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또 한 번 폭풍이 몰아칠까 걱정이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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