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공유 스타트업이 또 사면초가에 빠졌다. 택시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 어렵사리 큰 틀의 합의를 끌어냈지만 세부 규칙 마련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에도 택시가 대화 불참을 선언했다. 스타트업은 불확실성이라는 장애물에 부닥쳤다. 택시와 상생을 위한 기여금은 얼마나 내야 할지, 운영 가능한 승차공유 차량은 몇 대까지 허용할지 등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성장성에 바로미터가 될 면허 제도도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만약 승차공유 차량 운전자 모두가 택시 면허를 따도록 제도가 설계된다면 막대한 피해는 불가피하다. 용돈벌이나 해보자는 식으로 참여한 운전자에게는 최대 3개월 걸리는 면허 취득 과정이 지나치게 높은 진입장벽일 수밖에 없다. 택시에만 한해 평균 4000억원씩 들어가는 유류비 지원, 부가세 감면 혜택을 스타트업에 줄지도 고민해야 한다. 서비스 이용 요금 상한제도 뜨거운 감자다.
산적한 숙제를 바라보는 스타트업의 속은 타들어 간다. 시간은 외국계·대형 모빌리티 기업 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스타트업과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이들 업체는 기존의 택시 기반 플랫폼을 구축한 뒤 호출 서비스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업 전략을 세웠다.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빠른 속도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미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택시회사와 손잡고 준비 작업에 들어간 곳도 있다.
중국 최대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스타트업의 기는 더 꺾였다. 토종 플랫폼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우버와 디디추싱 기업 가치 합계가 카카오모빌리티보다 60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구원투수 등장이 예고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모빌리티 논쟁에 참전할 뜻을 내비쳤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무 부처가 국토교통부여서 그동안 강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면서 “1차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합의 내용 바탕으로 벤처업계의 의견을 수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 업체 IHS에 따르면 세계 차량 공유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236조5200억원에 이른다. 타다, 풀러스, 벅시 등 벤처기업·스타트업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박 장관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다. 중재자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 내길 기대한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