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III]'기술독립' 지원군 자처한 대학…"역량 모으면 불가능한 것 없다"

'공학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다.'

국내 주요 대학 공대가 일본 경제 보복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기업 지원에 나섰다.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 당당히 위기를 극복하고 '기술 독립' 선봉장에 나설 수 있도록 학계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다는 뜻이다. 지원단 규모도 수백명 교수로 구성했다. 공학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진리를 실현시켜 일본으로부터 기술독립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III]'기술독립' 지원군 자처한 대학…"역량 모으면 불가능한 것 없다"

가장 먼저 KAIST가 나섰다. KIAST는 전·현직 교수진 100여명으로 구성된 'KAIST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KAMP)'을 운영한다고 지난달 5일 발표했다. 이후 서울대 공과대, 포스텍(POSTECH), 연세대 공대, 성균관대 등 다수 대학이 연이어 기업의 기술 자립을 지원하는 교내 자문단을 구성했다.

KAMP는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수출 규제 영향권에 들어간 1194개 품목 중 주력 산업 공급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159개 품목에 대해 중견·중소기업의 자문 요청을 받고 있다. KAIST는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후속 조치로 재정적·제도적 정비도 추진한다. 향후 운영성과 등을 보고 지원범위와 대상 등을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KIAST는 과학기술대학인 만큼 이번 자문단 구성이 학교 설립 목적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는 위기 속 국가 기간산업계에 기술 지원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일본 경제보복 조치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놓인 국내 기업 애로기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창구를 자처했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한일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국가적 위기상황 극복을 돕기 위해 자문단을 출범했다”며 “우리나라가 핵심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명실상부한 기술독립국으로서 혁신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데 KAIST가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도 공과대학 중심으로 소재, 부품, 장비 100대 품목의 공급 안정화를 긴급 지원하기 위해 특별전담팀을 구성했다. 공과대학 산학기술협력 조직인 SNU공학컨설팅센터에 설치했다. 서울대 공대 소속 반도체공동연구소·차세대 자동차 연구센터·자동화시스템공동연구소·신소재공동연구소·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화학공정신기술연구소 등 대규모 연구소가 각각 기술자문을 지원한다. 현재 서울대 공대 교수는 320명이 넘는다. 전담팀을 주축으로 공대 교수 역량을 총동원해 일본 무역보복 조치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연세대는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국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산하 7개 연구소와 3개 연구단, 자연과학연구원 등 교수 185명이 참여하는 특별 기술지원·연구단을 구성했다. 기술지원·연구단은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기계-로봇·인공지능-에너지·환경-바이오·의료 5개 분과로 나뉜다. 로봇·인공지능, 에너지·환경 등 분야 원천기술 확보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고려대도 연구부총장을 중심으로 '산업지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공학 중심의 기술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경영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특별위원회는 공학관련 연구소 이외에도 교내 기업경영연구원, 아세아문제연구소, 일민국제관계연구원, 평화와 민주주의 연구소, 글로벌 일본연구원 등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려대가 보유한 특허 등 지식재산권도 산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텍도 중소·중견기업을 돕기 위해 '전문가 풀' 시스템을 도입해 소재·반도체·철강·에너지·통신·전자분야 교수 100명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전체 전임교수 인원이 288명인 점을 감안하면, 3명 중 한 명이 전문가 풀에 등록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일본이 규제 조치를 취했던 소재 3종 중 하나인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를 시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장비를 갖추고 있는 포항가속기연구소도 적극 나서기로 결정했다.

성균관대는 첨단 분야 관련 교수를 중심으로 'SKKU 기술혁신자문단'을 구성해 기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SKKU 기술혁신자문단은 기업이 겪고 있는 글로벌 위기를 극복 할 수 있도록 대학의 연구개발(R&D) 성과를 최대한 활용해 기술과 장비를 지원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양대 역시 국내 기업의 기술 자립을 돕기 위해 총장 직속 지원단을 설립했다. '한양대 기술자립화지원단'은 첨단기술의 핵심인 반도체·에너지·디스플레이·자동차·전기전자·부품소재·기계부품·화학생물소재 8개 분야로 특화했다. 서울캠퍼스는 8개 모든 분야에 공과대학과 자연과학대학 교수들, ERICA캠퍼스는 전기전자·부품소재·기계부품·화학생물소재 등 4개 분야 공학대학과 과학기술융합대학 교수 등 총 300여명이 참여한다.

이외에도 충남대, 대전대, 영남대, 대구대, 경일대, 대구가톨릭대 등 대학에서도 특별전담반을 구성하며 일본 대응에 동참의 뜻을 밝혔다.

서울대 공대 모 교수는 “공학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다. 단지 시간과 비용이 들 뿐”이라며 “국내 대학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 모은다면 한일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주요 대학별 日 경제보복 대응 추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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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