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23년 로봇 4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내건 가운데 기술 자립을 실현하지 않으면 로봇 4대 강국 진입도 요원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제조 시장에 의존한 수출 전략을 다변화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로봇 육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발표한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 로봇산업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자동차와 전기·전자 제조현장에서 산업용 로봇을 많이 활용하면서 로봇밀도 세계 1위, 제조로봇 세계 5위권 수준 경쟁력을 갖췄지만 로봇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SW)는 일본과 독일, 미국에 의존한다는 평가다. 세계 로봇 부품 시장은 하드웨어(HW) 부품에서 일본 기업이, SW는 미국이 특히 강세를 보인다.
하드웨어는 최근 우리나라와 갈등 관계에 있는 일본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야스카와, 파나소닉,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즈는 로봇용 모터와 제어기, 감속기에서 핵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는 제조용 로봇은 모터·감속기·제어기가 전체 원가에서 절반 넘게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제조용 로봇을 가동하기 위한 클라우드에서는 아마존과 구글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도한다.
우리나라는 산업용 로봇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이지만 정작 로봇 수출 규모는 미미하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로봇 산업 수출은 3억2300만달러로 수출 20대 품목 2304억1000만달러의 0.14%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 수출 20대 품목 중 로봇 다음으로 수출 규모가 적은 화장품(31억5200만달러)과 비교해도 10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기업 규모도 영세하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용 로봇기업 718개 기업 중 매출 2000억원 이상 기업은 현대중공업과 로보스타 두 곳에 불과하다. 매출 100억원 미만 중소기업이 686개로 95%를 차지한다. 서비스로봇 472개 기업 중 대기업이 삼성전자, LG전자밖에 없다. 중견기업이 17개, 중소기업이 467개로 전체의 99%를 차지한다.
또 부품 국산화율은 41%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산업 구조면 산업이 성장하더라도 부가가치 증가율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연구개발(R&D) 지원으로 산업 성장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정부 사업추진도 지지부진한다. 돌봄·물류 등 4대 서비스로봇 보급을 내 건 '비즈니스 창출형 서비스 로봇시스템 개발 사업'이 지난 7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 올해 1월 시행해야 했던 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도 지난달에서야 수립됐다. 전반적으로 정책 수립 속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로봇은 기계 분야에 비해 관심이 부족하며, 정책 담당자도 자주 바뀐다”면서 “정부가 더 관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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