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실리콘와디(Wadi)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혁신 기술의 요람이다. 인구 800만명에 불과한 소국에서 한해 700여개의 스타트업이 새로 탄생한다. 1인당 벤처 창업률은 단연 세계 1위다.
6000개가 넘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진보를 이끌고 있다. 중동 소국이 스타트업 강국으로 우뚝 선 배경에는 이스라엘만의 독특한 연구개발(R&D) 생태계를 빼놓을 수 없다.
엔젤 투자부터 시리즈 C단계 투자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금융투자 인프라와 벤처캐피털이 쉽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핵심에는 정부의 탄탄한 창업 지원 시스템이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연간 GDP의 약 4.5%를 R&D에 투자한다. 2016년에는 경제부 수석과학관실을 혁신청으로 독립시켜 신산업 발굴, 기술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운영 등 첨단 연구개발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 지원의 핵심은 연구개발에 내재돼 있는 위험을 분담하는 것이다. 고위험군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중간 디딤돌 역할을 정부가 수행한다.
R&D 지원비를 스타트업에 제공하고,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에 회사로부터 일부 로열티를 받는다. 프로젝트가 건전한 시장 실패를 하면 책임을 묻지 않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권장하는 창업 문화가 자리 잡은 원동력이다.
대표 모델이 요즈마(Yozma) 펀드다. 정부와 민간 기업이 각각 40%, 60%씩 지분을 출자해 2003년 설립한 요즈마 펀드는 벤처캐피털에 자금을 투자하고 초기 단계 R&D에 주력하는 스타트업에 마중물 역할을 한다.
안정된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민간 벤처캐피털에 상승분 인센티브 부여, 기술창업 위주 투자 대상 선정, 해외 벤처캐피털의 재무적 투자자 참여 의무화 등 요건을 갖췄다.
특히 민간 벤처캐피털에 5년 안에 정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제공함으로써 투자 성공 시 기대수익률을 높였다. 이는 글로벌 자금이 스타트업 생태계로 유입되는데 핵심 유인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10개 펀드 가운데 6개 펀드가 수익률(IRR) 100%를 기록할 정도로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고, 2억6500만달러로 시작한 펀드 규모도 현재 40억달러로 성장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더 많은 R&D 투자라는 연구경제의 인센티브와 이윤 증가라는 상업경제의 인센티브가 효과적으로 연결될 때 혁신 생태계가 조성된다”면서 “정부의 역할은 이스라엘처럼 상업경제 이익이 연구경제에 대한 투자비용을 상회할 수 있도록 혁신의 시장가치화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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