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혁 광주과학기술원(GIST) 인공지능연구소장은 인공지능(AI) 분야 기술 독립을 이루려면 데이터기업과 AI 스타트업 간 협업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중심 산업 구조 재편도 당부했다.
그는 “AI 기반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과 데이터기업 간 협력, 투자 사례가 다수 나와야 한다”면서 “이 같은 생태계가 마련되도록 정부가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터기업 상당수는 AI 데이터를 확보하고도 활용 전략을 세우지 못해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친다고 임 소장은 진단했다.
그는 핵심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데이터 양보다 AI 서비스와 접목 가능한 정제된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합의도 요구된다. AI 기술은 전통 산업 전체 영역에 적용돼 급속히 확산된다. 전통 시장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소장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 AI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기업은 확보한 데이터셋을 거래·유통함으로써 국가 차원 AI 기술 독립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 노력도 주문했다. 그는 “AI는 학문이 아닌 모든 산업과 결합할 수 있는 수단이자 방법”이라며 “교육도 다른 학문, 전공과 융합돼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지자체에 대해선 AI 중심 산업 구조 재편 최전선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산·학·연 전문가와 협력해 AI 시대 대응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AI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고 있다. 미국은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을, 중국은 알리바바, 바이두를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바탕으로 세계는 빠르게 AI 기술을 고도화한다. 국내는 관련 제도, 투자 생태계가 이들 국가보다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는다.
AI 기술 독립을 이뤄야 하는 당위성도 언급했다. 독점화 경향을 보이는 플랫폼 특성 때문이다. 지금은 여러 기업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단계다. 하지만 결국에는 일부 기업, 플랫폼이 주도하는 생태계로 바뀔 것이라고 임 소장은 내다봤다. 주도권을 잃게 되면 서비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위치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국, 중국 기업에 이미 시장을 넘겨준 것 아니냐는 일각 우려를 두고는 “아직 늦지 않았다”면서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안심시켰다. 그는 “AI 기술 변화 속도가 기존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보니 두려움이 큰 것 같다”면서 “그러나 AI로 인한 사회·산업적 변화는 시작도 안 됐다”고 부연했다.
임 소장은 역전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른바 알파고 세대로 불리는 우수한 학생이 교육과 사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알파고 충격 이후 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투자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면서 “연구·기술 분야 잠재력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